30인 거주 ‘공동주택빌리지’가 탈시설 정책?

장애인단체 반발에 서울시 “계획에서 일단 제외” 물러서

  '서울시탈시설실현을위한공동행동'이 서울시의 탈시설 계획이 사실상 시설 유지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오는 12일 발표하려던 장애인 탈시설 계획에 사실상 기존 시설거주와 다름없는 계획을 담았다가 장애인단체들이 반발하자 이 내용을 제외하고 계획을 발표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7월 서울시는 ‘서울시 인권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까지 서울시 소재 장애인생활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600명이 탈시설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오는 12일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아래 기본계획)을 발표해 향후 탈시설 정책에 대한 구체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는 ‘공동주택빌리지’라는 이름으로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해 1개소당 30명의 장애인을 거주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시는 2017년까지 총 213명에 대해 ‘공동주택빌리지’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아래 탈시설공동행동)은 11일 늦은 4시 서울시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이 계획은 기존 대규모 시설을 소규모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명백히 탈시설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빌리지’가 “탈시설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자 대규모 시설의 폐해를 극복하는 대책”이라면서 “체험홈처럼 기간을 정하고 이후에는 다른 거주형태로 옮기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탈시설공동행동 박경석 공동대표는 “‘공동주택빌리지’라는 사업이 어차피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을 지원하는 형태일 것인데, 체험홈처럼 기간을 강제할 법적 근거와 서울시의 권한이 있는가?”라면서 “이런 방안을 탈시설 정책이라고 발표되는 순간 전국의 다른 지역까지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탈시설공동행동 미소 집행위원장 또한 “공동주택빌리지가 시설 자체의 개선 방안으로 제시될 수는 있지만, 탈시설 대책으로 볼 수는 없다”라면서 이와 관련해 장애인단체와 합의할 때까지 기본계획의 발표를 미루거나 ‘공동주택빌리지’ 안을 기본계획에서 제외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결국 탈시설공동행동과 서울시는 이번 계획 발표에 공동주택빌리지 방안을 빼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12일 이른 10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리는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시장애인탈시설실현을위한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모습.

한편, 이날 면담에 앞서 탈시설공동행동은 늦은 3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탈시설 계획을 장애인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는 “서울시의 탈시설 계획에 이전보다 진일보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 내용을 보니 많이 미흡하다”라면서 “서울시가 말한 600명의 장애인을 어떻게 탈시설하도록 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노조 사회복지지부 김재원 지부장도 “공동주택빌리지가 탈시설 정책이 아니라는 것은 시설 운영자들도 인정하는 사실인데, 오직 서울시만 탈시설이라고 우기고 있다”라면서 “서울시가 진정 탈시설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자립생활가정이나 전세자금 등을 지원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탈시설공동행동은 서울시에 △탈시설 계획의 첫 단계로 2014년에 100명의 장애인이 탈시설 할 수 있도록 우선 지원할 것 △이를 실현하기 위해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을 제공할 것 △민관합동 '서울시탈시설실현 TFT'(가칭)를 구성할 것 △공동주택빌리지를 탈시설 정책으로 호도하지 말고, 탈시설을 위한 명확한 모델과 계획을 합의하기 위한 논의구조를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배제의 공간', '이름이 사라진 곳', '자유와 존엄이 사라진 공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시설유지 정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탈시설공동행동 대표자들이 서울시와의 면담에 앞서, 탈시설을 염원하는 장애인들의 메시지가 담긴 서울시 지도를 전달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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