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의 분할 민영화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철도공사가, 이번에는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에 나섰다. 매년 1,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배기 회사를 민간에 넘겨주는 꼴이라 반발이 일고 있다.
철도공사는 13일, 기획재정부에 인천공항철도 지분매각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해당 계획은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을 통해 약 550%의 이상의 부채비율을 400%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인천공항철도는 지난 2007년 민간투자사업으로 개통했다. 당시 공사는 민간회사와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방식으로 협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2007~2008년까지 민영철도회사에 무려 2,700억 원을 지급하며 ‘혈세낭비’라는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후 국토부는 2009년 인천공항철도를 철도공사가 인수토록 하고, 공사는 인수대금으로 1조 2천 억원을 부담했다. 철도공사가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흑자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2012년에는 매출액 3천 억, 영업이익 1,500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공사가 다시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민간자본에 이익금 몰아주기를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는 알짜 회사인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매각한다면 향후 철도공사의 경영합리화에도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13일,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파는 게 손해인 건 당연하다”며 “향후 가능한 기대이익들을 다 저버리고 단지 부채를 갚기 위해 지금 있는 것들을 팔아넘기면 부채를 갚은 다음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재정적 문제들에 대해 경영합리화를 할 수 있는 도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당장의 재무구조를 순환시키는 방법은 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코레일의 경영합리화를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며 “핵심 사업들을 다 떼어 주고 기존의 적자선, 일반선 같은 것만 맡아서 하게 되면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철도산업은 더 낙후되는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박흥수 연구위원은 이번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에 대해 ‘가장 악질적인 민영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분을 넘기면서 그 지분을 통한 배당수익이나 이익들은 민간자본이 가져가게 되고, 궂은일은 코레일이 맡아서 할 수밖에 없다”며 “여러 민영화 방식 중 가장 악질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지금 경쟁체제라고 도입된 건 수서발 KTX밖에 없다”며 “그런데 인천공항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민영화를 전제로 한 철도산업 체제가 굳어지도록 대못을 박는 효과가 있다. 우선적으로 지분을 매각해서 민간한테 넘겨주는 방법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도 지분 매각에 대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1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알짜배기 회사마저 팔아치우려 하고 있다”며 “수서발 KTX에 이어 흑자가 나는 노선을 철도공사에서 빼앗아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철도공사의 경영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기업에 넘기면 다시 부실화될 수도 있고, 요금 인상 등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무엇보다 인천공항철도의 지분 매각은 결국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과 함께 향후 완전한 철도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철도공사는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인천공항철도 지분매각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