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교과서, 이번엔 성소수자 편견 조장?

성소수자 단체 논평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교학사 '생활과 윤리' 교과서 81쪽 탐구하기가 성소수자 반대 의견이 추가되고 성소수자 찬반을 토의하도록 구성됐다. @교학사

역사 왜곡 교과서로 물의를 빚은 교학사가 최근 ‘생활과 윤리’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동성애 반대 주장을 추가하는 등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일부 변경한 것을 두고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부터 보수기독교계, 반 동성애 단체 등은 교학사 교과서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한다’라고 주장하며 수정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교학사는 올해 ‘생활과 윤리’ 교과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수정된 교학사 교과서에는 성소수자 반대 의견을 추가하고 학생들이 성소수자 찬반을 토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생활과 윤리 교과서 81쪽에서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 환자 중 남성 동성애자가 많고, 성적 지향은 선천적이지 않다”, “성적 소수자는 전염성 있는 질병을 옮길 수 있고, 성 문화를 문란하게 한다”, “만약 성적 소수자의 가족 구성권을 인정하면, 입양되는 자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성적 소수자의 성적 지향을 정상으로 여기고 따라할 위험이 있다” 등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어 교과서에는 “성소수자를 옹호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주장은 무엇인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 대해 논술해 보자” 등의 토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교사지침서 130~131쪽에서도 성소수자 반대 의견으로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의 성행위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을 전파한다’라는 주장과 ‘성적 지향이 유전되거나 선천적이지 않다’는 창조과학회 주장 등을 사실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며, 지도상 유의점으로 “동성애 찬반 토론이나 동성애 인정 찬반 토론으로 진행해도 좋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사지침서 131쪽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입장에 대해 논술해보자" 주제로 찬반 예시를 소개하고 있다. ⓒ교학사

이에 대해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은 19일 논평을 내고 수정된 교학사 ‘생활과 윤리’ 교과서가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지개행동은 “동성애혐오 세력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트린다’는 거짓말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길 뿐이다. HIV 바이러스는 동성애, 이성애 관계없이 혈액, 정액, 질 분비액, 모유를 통해 감염될 수 있다.”라면서 “에이즈에 대한 공포를 유발해 감염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중시키고 성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이 같은 내용은 교과서에서 삭제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무지개행동은 “또한 교과서에 제시된 성적지향의 선천성, 후천성 논쟁이 문제가 있는 이유는 동성애는 ‘나쁜 짓’이란 전제를 깔고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이라면서 “동성애가 후천적으로 습득된다는 주장은 동성애자들을 ‘나쁜 짓’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그에 마땅한 처벌을 주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미 심각한 차별에 놓여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책임을 돌림으로써 차별을 정당화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지개행동은 “동성애 반대주장으로 창조과학회 연구들을 언급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면서 “창조 과학회는 성경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겠다고 만들어진 기독교 근본주의 단체이다. 교과서에서 이를 마치 하나의 과학적 입장인 것처럼 서술한 것은 왜곡을 넘어 사기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지개행동은 “우리는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성소수자 차별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버젓이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장애인, 여성,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와 반대 주장을 교과서에 실을 수 없듯이 성소수자 혐오 주장도 교과서에 실려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문제를 찬반 문제로 다룰 수 있다는 시각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무지개행동은 “교학사는 동성애혐오와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라면서 “이 같은 수정을 승인한 한국검인정교과서, 교육부 또한 이번 수정을 수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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