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데스크 직원들은 제품 수리 접수를 도왔고,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고객들은 차례로 삼성전자서비스 기사와 만났다. 다른 한 편에서는 서비스 기사 2명이 프린터기를 수리하고 있다. 청소용역업체 직원 2명은 분주히 내부를 정리했고, 보안업체 직원도 고객이 밀리자 안내를 도왔다. 협력사 사무직 직원이 근무하는 곳에서는 외근직 서비스 기사들의 일정을 짜느라 바빴다. 24일 찾은 아산센터는 삼성전자서비스 여느 센터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서비스 기사로 11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희준 씨는 “아산시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이곳이 유일하다”며 “서비스 기사들은 현재 위장폐업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나간 6명을 제외하고 모두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제품 수리로 방문하는 고객 수만 하루 500~600명이며, 외근 수리의 경우 지금 같은 비수기는 120~150건, 성수기에는 300건 이상이다”고 설명했다. 제품 수리 고객이 많아서 그런지 아산센터는 삼성전자 제품 판매 매장과 함께 지난 해 6월 아산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1천여 평 규모의 건물로 확장해 옮겼다.
하지만 아산센터는 오는 3월 31일 폐업을 앞두고 있다. 아산센터 내부에 ‘페업 철회’,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고객 불편’을 우려하는 피켓이 눈에 띤다. 아산센터 서비스 기사들은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했고, 사업주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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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폐업 앞뒀지만 고객 찾아오고 노동자는 수리하고
‘대표이사 건강악화 등 회사 사정’...“구조상 경영 악화는 있을 수 없어”
서비스 기사 ‘노조 탄압 위한 위장폐업 철회’ 요구
아산센터를 운영하는 삼성뉴텍(주)은 지난 달 28일 센터 폐업과 고용해지를 노동자들에게 사전 통보했다. 폐업 이유로 삼성뉴텍 대표이사의 ‘건강악화 등 회사 사정’이라고 밝혔다. 폐업이 단행되면 아산센터에서 근무하는 40여 명의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아산분회 조합원이던 비조합원이던 모두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김희준 씨는 “아이가 두 살인데 생계가 막막하다”면서 “아내는 걱정을 하면서도 분위기를 띄우려고 장난삼아 ‘백수 되면 손가락 빨겠네’, ‘이혼 사유 아니야?’라고 농담한다. 씁쓸했다”고 말했다.
비조합원 A씨는 “모두 수년 간 근무했는데 갑작스런 해고 통보에 황당하다”며 “대표이사의 건강악화로 폐업하는 것 같지 않고 노조가 생기니까 골치 아파 폐업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비스 기사 정 모 씨는 “폐업이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표이사는 출근하지 않아 얼굴도 볼 수 없다”며 “회사가 어떻게 되는 지 묻고, 항의하고 싶어도 조회조차 하지 않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폐업을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폐업 통보서를 등에 부착한 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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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노조 탄압을 위한 위장폐업’이라며 폐업 결정 철회와 서비스 기사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아산분회는 아산센터 방문객들에게 폐업 철회 지지 서명을 받고 있다. 매일 6명씩 아파트 단지와 온양온천역 광장 등에서 폐업 결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명, 홍보물 배포 등 선전활동도 전개한다.
김배식 아산분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은 노조가 파업을 했기 때문에 경영악화라고 했다”며 “서비스 기사가 주머니 털어 밥 사먹고, 자기 자동차로 수리하러 가고, 개인 공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비수기에는 차 떼고 포 떼고 월급 100만원 가량 주기 때문에 구조상 경영 악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분회장은 이어 “서비스센터라 투자비도 들지 않고 절대 운영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만일 적자가 났더라도 작년에 영업이익 36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가 자기 제품을 수리하는 서비스센터에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분회장은 “우리는 일한만큼 월급 받고,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원청은 서비스 기사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전국에서 노조 부지회장이 있는 곳만 위장폐업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준 씨도 “작년 7월 노조가 생기니까 노조 탄압을 위해 갑자기 위장폐업을 하는 것”이라며 “아산센터는 삼성전자 제품 판매점과 같이 입점해 임대료도 내지 않는 등 운영 적자가 나는 구조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아산시민들 “30만 인구 도시에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나 없다고?”
삼성전자서비스 “위장폐업 아니다...다각도로 방법 강구 중”
아산센터 폐업 소식에 시민들은 “30만 인구 도시 아산시에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나 없어 천안이나 홍성으로 가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스마트폰 수리를 위해 아산센터를 찾은 이 씨는 “작은 회사도 아니고 대기업 삼성이 대표이사 건강악화로 폐업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대표이사 건강악화와 아산센터가 문 닫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어 “폐업하면 일하는 사람들이 해고되는데, 잘못된 일이다”면서 “대표이사만 바뀌고 직원들은 그대로 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온양온천역에서 만난 아산시민 이 씨는 “작년에 삼성으로 가전제품을 모두 바꿨다”며 “서비스 때문에 삼성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폐업하면 어디 가서 서비스를 받으라는 건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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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아산센터 대표이사는 대사증후군으로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며 “여기에다 더해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제품 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산센터는 위장폐업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아산센터를 인수할 협력사를 알아보고 있지만 (노조 파업 등이) 소문이 나서 그런지 공모에 응하는 협력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는 최근 연이어 폐업을 선언했다. 부산 해운대센터는 지난 2월 27일 문을 닫는다는 내용의 폐업 공고문을 회사 정문에 게시하고 3월 8일 폐업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경기도 이천센터와 충남 아산센터도 3월 31일 회사 문을 닫는다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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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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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