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산업안전보건법이었다. 법은 난간에 매달려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때 안전장비를 회사가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용접 작업에도 주어져야 할 안전장비가 있었다. 법이 명시한 것을 그동안 회사는 한 번도 알려주지 않았다.
4월 1일 삼성전자서비스(주) 안전보건법 위반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선 임종헌 씨는 올해 처음 받은 장비를 끄집어내 바닥에 내팽개쳤다.
“난간에 올라가도 복장은 정장바지에 구두라고 했다. 구두 신고 에어컨 난간에 올라가 수리를 해왔다. 그런데 2014년 1월에서야 보호장구라면서 지급했다. 때 한 번 타지 않은 새 제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청을 뭘 하고 있었는가. 우리가 직접 조사해왔다. 이 사실을 보고도 근무 현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아서 되겠느냐”고 임종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칠곡센터분회장은 호통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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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민] |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알려지자 금속노조, 민주노총은 지난달 25일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노동안전보건법 위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와 협력센터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금속노조대구지부도 4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의 안전보건법 위반을 규탄하고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촉구했다.
채장식 금속노조 대구지부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했다. 위험한 작업을 하면서도 안전장비조차 받지 못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청은 어떤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며 “노동청이 안전보건 특별관리감독을 실시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오늘 대구노동청은 민주노총과 약속된 면담을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관련 기자회견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며 “노동청이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삼성이 법을 위반한 사실을 철저히 파악하고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대구고용노동청에 박상범 대표이사와 칠곡센터, 남대구센터, 동대구센터장을 고발하고,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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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길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