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재 반올림과의 교섭을 해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교섭 회피용 명분 쌓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반올림이 지난 교섭에서도 입장을 번복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교섭 책임론까지 제기하며 여론몰이에 나선 상황이다.
반올림 “심상정 의원의 제3중재기구 구성, 반올림과 논의 없었다”
문제의 발단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삼성 측에 전달한 3가지 요구안에서 시작했다. 제안 내용 중 삼성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2가지는 반올림이 요구해 온 내용과 일치하지만, ‘제3의 중재기구 구성’ 요구는 합의하에 나온 내용이 아니었다. 삼성 측이 빌미를 잡은 것도 ‘제3의 중재기구 구성’과 관련해서다.
반올림은 17일, 입장을 발표하고 “반올림은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물론 심 의원 측과도 단 한 번도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올림과 심상정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결의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 의원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제3의 중재기구’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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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반올림] |
심 의원실은 기자회견 전날 밤에 문제가 된 기자회견문을 반올림에 전달했지만, 반올림은 이를 채 검토하지 못했다. 결국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포함한 3가지 요구사항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됐고, 심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11일 삼성 측에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14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제3의 중재기구 구성’ 등을 포함한 요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으로서는 반올림으로부터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반올림은 “심상정 의원에게 사태의 경위를 물었고, 심 의원실 측은 몇몇 의원들의 이의제기로 추가한 것인데 큰 오해는 없길 바란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미 삼성과 교섭이 진행 중이던 반올림이 아무런 내부합의 없이 ‘제3의 중재기관’을 제안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분명하게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심상정 의원은 15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삼성 측에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에 대한 언급이 당사자들과 협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피해자 가족들의 우려가 있음을 유념해서 반올림과 성실하게 협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16일에는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사회적 문제가 크게 제기됐을 때 당사자들의 뜻과 협의과정이 배제된 채 제3의 기구에서 중재안을 던져 받으라는 식으로 나온 적이 많다. 하지만 저희 결의안에 담은 제3의 중재기구는 그런 뜻은 아니다”라며 “피해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하고 어떤 절차를 통해 검증할 건가 하는 심의기구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제안을 드린 것이다. 심의기구 중재기구라 하더라도 반올림이나 피해자 가족들과의 협상과정에서, 그 구성이나 또 운영방식에 대해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의 목적은 ‘언론플레이’였나...‘반올림’에 책임 전가
반올림과 심상정 의원실 간의 소통 문제가 제기되자, 삼성전자는 언론을 통해 곧바로 “반올림이 입장을 번복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심 의원의 제안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경영진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반올림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사태 해결이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삼성그룹은 16일, 서초동 삼성본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이 내놓은 제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었지만 반올림 측의 입장 변화가 있었다. 상당히 혼란스럽다. 반올림의 입장 변화로 삼성이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반올림 측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올림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까지만 해도 언론을 통해 ‘반올림이나 유가족 등 당사자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혀왔던 삼성이, 돌연 16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반올림의 입장 변화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며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8일 1차 본교섭을 마지막으로 반올림과의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 측이 반올림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반올림은 거듭 삼성의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서도 반올림은 본교섭 하루 전인 12월 17일 요구안을 삼성에 전달했지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은 앞서 합의했던 4월 16일 교섭 일정도, 하로 전날인 4월 15일에 이메일로 돌연 연기하자고 했다. 향후 교섭 일정 등을 합의하기 위해 실무협상이라도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거절했다”며 “결국 삼성의 발언들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반올림의 입장은 명쾌하다. 지난해 12월 본교섭이 시작된 이래 넉 달이 넘게 그대로다. 삼성은 언론플레이를 그만두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