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김씨는 이날 밤 현대중공업 제4안벽에서 트랜스포터 신호수 일을 했다. 김씨는 이날 밤 8시 40분께 뒷걸음으로 신호작업을 하다가 바다에 빠졌다. 사고 당시 신호수 작업자는 모두 4명이었다.
함께 일하던 작업자 3명은 바다에 빠진 김씨의 모습을 확인했으나 비가 많이 내리는 밤 작업인데도 현장엔 구명조끼나 구명환, 구명 로프, 지지대 등이 없었다. 한 개 있던 랜턴도 차에 있었다. 당황한 동료 3명이 로프를 가지러 간 사이 김씨는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동료가 뛰어가 로프를 가져오는 데만 8분이 걸렸다.
동료들은 김씨가 물 속에서 사라진 것을 알고 8시50분께 119에 신고했다. 사내잠수부는 9시께, 해경은 9시 39분께 도착했다. 많은 비에 야간 잠수라 해경이 도착한 뒤에야 잠수부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사내잠수부와 해경이 공동으로 김씨를 인양한 것은 사고 1시간 반이 지난 밤 10시 10분께였다. 김씨는 이미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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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30분 만에 인양된 정씨를 구조대원들이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
동료 A씨는 “비가 많이 내리는 밤이라 바다와 땅 색깔을 구별하지 못해 물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안전화에 안전모까지 착용했다. 이들 무게 때문에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도 익사하기 쉽다. 유족들은 바닷가에서 야간 작업하는 직원에게 휴대용 구명장비를 지급하고 일을 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30일 오전 사고 현장인 제4안벽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들어갔다. 울산지역은 지난달 5도크 LPG선 화재·폭발 사고에도 다음날 해당 선박에 작업중지 명을 내리고 같은 LPG선 4척에 화기작업을 중단시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월 25일 족장이 무너져 노동자 한 명이 바다에 빠져 숨진 산업재해 때 회사에 구명환 등 구명장비 점검을 요구했었지만 이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부산지방노동청은 지난달 28일부터 현대중공업에 대한 산업안전 특별감독에 나섰다. 이번 특별감독은 9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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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씨가 일하던 제4안벽에는 안전난간이나 사고자가 바다에서 잡고 올라올 지지대 등 안전설비가 돼 있지 않았고 주변에는 구호장비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
한편 현대중공업은 잇따른 산업재해와 관련 지난달 29일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숨진 김씨의 유족들은 “현대중공업이 대국민 사과문은 내면서도 빈소에 찾아오지도, 사과도 않았다”고 말했다. 숨진 김씨의 형은 지난달 29일 밤 “현대중공업이 안전장비를 설치하지 않아 동생이 죽었는데 언론에 사과문만 실었다”고 비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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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록 기자는 울산저널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울산저널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