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분노했던 시민들, ‘만민공동회’ 개최...행동 나서나

세월호 유족들 KBS 항의방문...만민공동회 참가자 시민도 속속 결합

세월호 참사에 분노했던 시민들이 본격적인 실천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8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인 800여 명의 시민들은 ‘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분노를 넘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결의를 모았다.


이날 밤 9시 경에는, 세월호 유족들이 버스를 대절해 여의도 KBS와 청와대에 항의방문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은 토론을 마친 후 밤 10시 경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병력에 가로막혔다. 참가자들은 산개한 뒤 청와대 인근으로 다시 모인다는 계획이다.

세월호에 분노했던 시민들, ‘만민공동회’ 개최...행동 나서나

만민공동회는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1,107명의 시민들의 공개제안을 통해 성사됐다. 애초 주최 측은 청와대 인근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청운동사무소 등 청와대 인근 10여 곳에 낸 집회신고를 모두 불허하면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장소가 변경됐다.

만민공동회에서는 세월호 추모 촛불을 밝히는 대신, 참가자들의 의견을 적은 수 백 장의 손피켓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추모와 분노의 촛불을 넘어, 이제 무엇을 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만민공동회의 안건은 ‘세월호 참사, 더 나누어야 할 이야기’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 두 가지가 상정됐다.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발언을 신청하고 자유발언을 이어가는 형식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1부 토론에서는 ‘세월호 참사, 더 나누어야 할 이야기’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을 규탄하고 정권에 책임을 물었다. 세월호 희생자를 비롯한 장애인, 노동자, 빈민 등에 대한 사회적 학살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이지완 씨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학교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자본과 정권에 죽음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1인 시위가 다소 미약해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도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 다음 주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대해 더 많은 학생과 이야기하려고 좌담회를 준비 중이다. 제2의, 제3의 세월호 참사를 막아내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최석희 씨는 “노동자와 농민, 장애인들이 투쟁할 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투쟁할 때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눈 감았다. 세월호 참사는 사회적 투쟁에 눈을 감고 생활했던 우리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내가 사는 금천구에서도 12일 째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애도의 물결이 넘쳐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제 우울을 걷어내고 올곧은 방향으로 투쟁의 칼날을 세워야 한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그 길에 함께하실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조채구 씨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공무원은 추모 집회도 가지 말라는 어처구니없는 공문을 내놨다. 공무원도 국민이고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공무원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공무원 사회의 상명하복은 직무상 합법적인 명령에만 해당된다. 나는 공무원으로서 잘못된 흐름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도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세월호 참사는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퇴진 투쟁’ 만장일치로 결의...만민공동회 이후에는 청와대 행

2부 토론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토론 이후 청와대 행진에 나서야 한다는 단기적 계획을 비롯해, 이후 박근혜 정권 퇴진과 진상규명 활동 등에 대한 장기적 대응 계획 요구도 나왔다.


발언에 나선 고은산 씨는 “우리는 토론을 통해 박근혜가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자를 찾아 엄벌하겠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뽑은 책임자를 엄벌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야한다”며 “만민공동회가 끝난 후 우리의 권리를 누리기 위한 청와대 행진과 투쟁을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역시 “이제 분노의 방향을 정하고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세월호와 같이 침몰하는 불안한 사회를 바꾸려면 불안한 노동부터 바꾸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에 책임을 묻고 썩은 내각, 낡은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청와대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 만민공동회는 청와대를 향한 우리 행동의 첫 시작이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자”고 제안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제안도 이어졌다. 김종보 변호사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다. 이번 사고의 핵심은 진상규명이다. 유족들도 왜 해경이 팔짱만 끼고 있었는지 그 진상을 알고 싶어 한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또한 우리는 이 무능한 정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거리에서, 인터넷에서 적극적으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구자현 씨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적 조사단 구성과, 매년 4월 16일을 재난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하는 한편 추모관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범사회적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다시 사회를 만들자’ 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토론을 통해 나온 의견 중 ‘박근혜 퇴진’을 위한 공동투쟁에 나서자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만 특별법 제정 등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과 관련해서는 다소 이견이 발견돼 이후 정교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은 9일 오후 9시 경, 토론에 대한 평가와 이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공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8일 밤, 여의도 KBS 본관 항의방문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 100여 명이 경찰과 대치하며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속속 KBS 본관으로 결합하고 있으며, 만민공동회 참가자들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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