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반올림 측에서 요구해 왔던 공식 사과는 이뤄진 셈이지만, 또 다시 당사자들 간의 직접 교섭이 아닌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 논의를 요구하면서 반올림과의 교섭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은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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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반올림] |
삼성, ‘백혈병’ 문제 사과 했지만...또 다시 ‘제3의 중재기구 통한 보상’ 요구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14일 오전 10시,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 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다”며 “이 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은 최근 한 차례 논란을 빚었던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보상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오현 대표이사는 “지난달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며 “제안해주신 바에 따라 어려움을 겪으신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 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제안에 참여해주신 가족 분들과 반올림, 심상정 의원께서는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삼성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반도체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현황 등 진단을 실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에 보조참여인 형식으로 관여해 온 것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5개월째 피해당사자 및 반올림과의 교섭 나서지 않아
심상정 의원도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해야” 요구
하지만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에 나서왔던 반올림 측은 ‘제3의 중재기구 구성’과 관련해 줄곧 ‘불가’ 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삼성측과 피해당사자, 반올림 간의 직접교섭이 중단된 상황인 만큼, 삼성이 당사자들과의 교섭에 성실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요구다.
지난달 9일, 심상정 의원과 반올림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안’은 반올림의 동의하에 발표된 내용이 아니었다. 때문에 기자회견 이후, 반올림은 “내부적으로는 물론 심 의원 측과도 단 한 번도 논의조차 한 적이 없다”며 “반올림의 입장은 명쾌하다. 삼성은 언론 플레이를 그만두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올림의 입장발표 이후, 심상정 의원도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에 대한 언급이 당사자들과 협의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피해자 가족들의 우려가 있음을 유념해서 반올림과 성실하게 협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피해당사자와 반올림 측이 반대 입장을 밝힌 ‘제3의 중재기구 구성’을 또 한 번 들고 나오면서, 사실상 반올림 측과의 교섭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심상정 의원도 오늘(14일) 삼성전자의 사과 및 입장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당사자간의 직접대화’를 또 한 번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직접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왔다”며 “삼성전자가 사과와 함께 해결의지를 밝힌 만큼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성실히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가 최종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못 박았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8일 1차 본교섭을 마지막으로 피해당사자 및 반올림과의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 측이 반올림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교섭은 교착상태에 빠졌고, 반올림은 거듭 삼성의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서도 반올림은 본교섭 하루 전인 12월 17일 요구안을 삼성에 전달했지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반올림 측은 오늘 삼성전자의 입장발표와 관련해 내부 논의를 진행한 뒤, 오후 4시께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