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간부 시신 탈취...조합원 등 연행

삼성전자서비스지회, 19일 전면파업, 서초동 삼성 본관 앞 무기한 노숙농성

경찰이 노조탄압으로 괴로워하다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분회장의 시신을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는 이미 유족으로부터 장례일절을 위임받은 상황이었지만, 경찰병력은 유족으로부터 시신인도를 요청받았다며 기습적으로 장례식장에 들이닥쳤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하고 경찰의 시신인도를 막아섰으며, 경찰은 조합원들을 향해 캡사이신을 살포하며 충돌이 일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 및 연대단체 회원들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고 염호석 분회장, “지회 승리하는 날 화장해 달라” 유서 남겨
경찰, 18일 오후 염 분회장 시신 기습 탈취, 충돌


고 염호석 분회장은 17일 오후 1시 30분 경,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 지점에서 세워진 아반테 승용차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차 안에는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고 염 분회장은 유서를 통해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며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 이곳에 뿌려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후 염 분회장의 시신은 17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18일 오후 7시,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18일 오후 6시 15분 경, 경찰 병력 200여 명이 장례식장에 난입해 시신인도를 시도하면서 경찰과 조합원들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앞서 고 염호석 분회장의 부친은 17일 밤 노조 측에 장례일절을 위임하고 위임장까지 작성한 상태였다. 염 분회장의 모친도 18일 오전, 노조 측에 위임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경찰은 18일 오후 갑자기 장례식장에 병력을 배치해 시신을 침탈해 갔다. 시신은 부산 행림병원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에 관등성명과 침탈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경찰로부터 시신인도요청서도 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부친과 센터 측이 보상에 합의했고, 부친이 경찰에 시신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염 분회장은 죽기 전, 부모에게 남긴 유서를 통해 “저희 희생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더 좋아진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이 선택이 맞다 생각한다”며 “부탁이 있다. 제가 속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 때 장례를 치러 달라”고 당부했다.

때문에 삼성전자 백혈병 사망자인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와,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열사의 부인도 이 날 염 분회장의 부친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지만 설득에 이르지 못했다. 황상기 씨는 “염 분회장이 삼성 때문에 억울하기 죽지 않았냐. 그렇다면 고인의 유언과 동료들의 뜻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득을 시도했으나 결국 경찰을 통해 시신을 빼 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19일 전면파업
서초동 삼성 본관 앞 무기한 노숙농성...“열사의 뜻 이루겠다”


오후 6시 15분 경 경찰 병력이 장례식장에 진입하자, 조합원 및 연대단체 회원 120여 명은 경찰의 시신인도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으며 경찰은 반발하는 조합원 등에게 캡사이신을 살포했다. 한 노조 간부는 옷을 벗고 시위를 벌이며 반발하기도 했으며, 경찰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18명을 비롯해 24명을 연행했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결국 1시간 30여 분간의 충돌 끝에 경찰은 오후 7시 30분 경, 염 분회장의 시신을 병원 밖으로 빼냈다. 당시 경찰에 시신안치실 문을 열어줬던 한 보안담당직원은 “부친이 경찰을 불렀고, 부친의 동의하에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 조합원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유족도 노조 측에 장례일절을 위임한 상황이었다. 특히 염 분회장은 여섯 살 때부터 부모와 헤어져 어렵게 혼자 살아온 사람이었다”며 “경찰이 그의 시신을 탈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친부와 친모가 각각 노조에 위임장을 작성했다. 이후 친부는 경찰에 시신 인도를 요청했지만, 친모는 아직 노조 측에 장례 문제를 위임한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양 측이 협의를 거쳐 장례문제를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부모의 협의도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개입해 시신을 탈취해 갔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지회가 승리하는 날 화장해 달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이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위영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은 “결국 돈과 자본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하지만 노조는 열사의 뜻에 따라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이날 쟁의지침을 발표하고 19일 오전 9시부로 전 조합원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 전 조합원은 이 날 ‘민주노조 사수, 생활임금 쟁취, 임단투 승리, 열사정신 계승’을 위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뒤, 오후 3시부터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중앙쟁대위는 “전 조합원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무기한 농성투쟁에 돌입하며, 열사의 염원이 이뤄지는 그 날까지 일사분란하며 중단 없는 투쟁에 돌입한다”며 “동지의 뜻과 꿈을 우리가 이루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영정사진이 치워진 빈소 [출처: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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