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청은 20일 삼성서비스 염호석 노조분회장의 화장 절차가 진행중인 경남 밀양 공설화장장에 4개중대 350여명 가량의 경찰병력을 투입했다.
노조는 “염 분회장의 ‘시신 탈취’에 이어 유골함마저 빼돌린 건 삼성이기 때문”이라며 경찰력 남용을 정면 비판했다. 한편 경찰은 “112 신고가 들어와 형법에 따라 집행해 경찰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이 법적 근거조차 논란이 있다.
경찰, “민법 따져봐야 하나 장례 방해 등 형법 위반”
“형법 적용 안 돼...사적 장례절차에 경찰이 끼어들어”
경찰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밀양 공설화장장 직원이 오전 11시55분에 112에 두 차례 신고해 12시 2분에 순찰차 두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면서 “염 분회장 부친의 보호 요청으로 밀양송전탑 사건차 대기중인 경찰병력을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유골함을 탈취한 것이 아니라 부친이 유골함을 가지고 나가게 한 것”이라면서도 “민법으로는 따져봐야겠지만, 형법 158조 장례식 등의 방해, 형법 161조 사체 등의 영득에 관한 현행법 위반으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형사법이 아닌 민사법 영역이고 법원이 판단할 몫인데,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사적인 장례절차에 끼어들었다”는 비판를 받고 있다. 법적으로 경찰이 사건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민변의 류하경 변호사는 “제사 주재자는 염 분회장의 공동상속인인 친부와 친모, 장례절차를 위임받은 노조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법적으로 당사자들이 협의를 시작한 단계에 놓인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이 끼어들 수 없다”고 밝혔다.
류하경 변호사는 “하다못해 술먹다 싸움이 나서 112에 신고해 출동한 경찰도 중재절차를 거친다”며 “하지만 경찰은 당사간의 합의가 필요한 사적인 장례절차에 끼어들어 중재하기는 커녕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고 캡사이신까지 쏘는 등 인권침해까지 저지르며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노조에 장례절차를 위임한다는 고인의 유서와 유가족의 위임장 내용이 명백해 이번 사건은 장례 방해, 사체 영득 등의 형법도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형법을 적용하려면 범죄행위에 대한 고의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간부 이모 씨는 “염 분회장의 동료와 친모가 화장장을 찾아가 고인의 ‘유서 내용을 지켜야 한다’며 장례를 만류하고, 장례절차에 친모를 입회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일이 왜 범죄행위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어 “고인의 친모의 입회를 막고, 친모와 조합원에게 캡사이신을 쏘고 유골함을 빼돌린 것은 경찰이다”고 강조했다.
석연치 않은 병력투입 정황...112신고 8건 내용은?
“목적의식적인 작전에 의해 벌어진 공권력 남용”
사건 정황을 살펴봐도 밀양 공설화장장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과정이 섞연치 않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 8건의 112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화장장 직원이 11시 55분에 ‘노조원이 유골함을 못 가게 막는다’, ‘노조가 유골을 탈취하려고 20명이 왔다’는 내용으로 112에 두 차례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12시 48분까지 총 8차례 112 신고가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조와 친모도 112에 신고했다”며 “성별과 국적만 기록돼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노조와 친모쪽에서 총 4차례 112에 신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은 “염 분회장의 친모가 112에 신고했어도 경찰은 양측 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단 한 번도 중재하지 않았다”며 “부친에게 경찰 투입 요청 사실만 수차례 묻고 바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이 “부친이 두 차례 병력 투입을 요청했고 관련 요청 시간은 모른다. 이에 따라 오후 1시쯤 4개중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는데, 조합원들은 “오후 12시경부터 이미 경찰병력이 배치됐다”고 사전 배치 의혹을 제기했다.
조합원들 주장대로라면 11시 55분에 접수된 112 첫 신고 5분만에 공설화장장에 병력을 배치한 게 된다. 앞서 서울경찰청과 강남경찰서 등은 지난 18일 ‘시신 탈취’ 논란 당시 112신고 10분만에 경찰병력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화장장 직원이 신고한 11시 55분에는 조합원 20명과 유가족만 현장에 있어 병력 4개중대를 긴급하게 배치할 상황이었지도 의문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복수의 노조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간 갈등이 증폭된 시각은 부친이 부산 행림병원에서 밀양 공설화장장에 도착한 오후 1시경이다.
상황이 이러자 조합원들은 “경찰과 삼성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몸이 아픈 이건희 회장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경찰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경찰의 시신 탈취와 유골함 탈취 개입 사건 등은 목적의식적인 작전에 의해 벌어진 공권력 남용이다”며 “경찰은 사적인 장례절차에 폭력 개입했고,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며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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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