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앞둔 삼성으로서는 삼성전자서비스 파업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 백혈병 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의 사과와 대책마련 움직임 역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사회적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조만간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폐업 논란을 일으켰던 일부 센터의 개업을 준비 중이며, 협력업체 사장들을 중심으로 노조와의 물밑 접촉도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는 백혈병 문제와는 달리,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느냐 여부가 달린 복합적인 문제라 여전히 문제 해결의 어려움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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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지난 주말 노사 물밑접촉 했지만...파업 2주차 상황은 ‘원점’
사측은 위장폐업 논란 센터 ‘협력업체 모집공고’ 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지난 2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날은 노조 조합원 약 1천 명이 삼성전자 본관 앞에 상경해 전면파업을 벌인 지 1주일이 된 날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는 지난 주말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을 시도 했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섭을 재개하지 못했다. 이로써 삼성전자서비스 파업 사태는 2주째를 맞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서게 됐다. 노조도 26일부터 다시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 노숙 투쟁에 돌입했다.
앞서 사측은 파업 5일 째를 맞은 23일, 노조 측에 교섭 재개를 요구했다. 노조는 회의를 거쳐 지난 주말 사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사측이 삼성전자 본관 앞에 설치한 염호석 열사 분향소 등을 문제 삼으면서 실무교섭이 또다시 잠정 중단됐다.
노조 중앙쟁대위 관계자는 “노사간 물밑 접촉이 있었으나 서초동 삼성본관 앞 분향소를 둘러싸고 공방이 오갔고 결국 교섭이 열리지 못했다”며 “새로운 국면이 열리지 않아 노조로서는 2차 상경투쟁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실무교섭 조차 중단된 상태지만, 조만간 회사 측이 또 한 번 교섭 재개를 요구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삼성전자서비스가 위장폐업 논란에 시달렸던 일부 센터를 개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회사 측도 일정부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폐업된 부산 해운대와 충남 아산, 경기 이천 센터는 노조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권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조 탄압을 위한 ‘본보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위장폐업 논란에 휩싸인 부산 해운대와 충남 아산 센터를 대상으로 협력업체 모집 공고를 냈다.
삼성전자서비스 사측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제품수리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어 협력업체 모집 공고가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우리가 (파업문제와 관련해) 개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원청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핵심 간부는 “아무래도 현 상황에서 부산 해운대와 아산 센터가 다시 문을 연다고 하면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노조도 위장폐업 철회와 고용보장 없이 임단협 및 열사투쟁을 마무리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폐업된 업체가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조합원들의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천센터의 경우 폐업 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이천센터에 소속된 조합원들을 고용에서 모두 제외했다.
위장폐업 문제 해결은 노조-경총 간의 교섭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3가지 사안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폐업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나머지 임금 부분과 노조 활동 보장 문제가 합의되지 않을 시 파업 사태 해결은 난망하다. 삼성전자 측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문제 때문에 파업 사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더라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사측이 노조 파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금속노조 간부는 “현재 노사가 강대강 대립을 이어가는 측면이 있지만, 반면에 삼성이 이 문제를 협의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양가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다만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사과와 보상 합의 등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문제지만, 노조 문제는 삼성으로서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조는 이후에도 계속 살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이어서 삼성이 노조 인정 및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