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짓밟힌 밀양 노인들, 경찰청 앞 상경투쟁 나서

직권남용, 불법저지를 경찰 ‘국민 대집행’ 영장 발부

밀양 주민들이 지난 11일,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강행한 경찰을 규탄하기 위해 서울 상경길에 올랐다.


밀양 노인들은 이번 행정대집행 참사를 야기한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며 16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대부분이 70~80대인 밀양 주민들과 종교인들, 시민사회는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경찰 병력이 기자회견 참가자 주위를 병력으로 에워싸면서 비난이 일었다.

주민들과 종교인 등은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경찰이 불법으로 개입해 폭력을 저질렀다며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마을 주민 한옥순 씨는 “11일 오전 6시, 경찰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며 발가벗은 채 굴속에 들어가 있는 할머니들을 향해 소 잡는 칼을 치켜들었다”며 “경찰이 칼을 머리위로 치켜드는 악몽 때문에 잠도 이루지 못하겠다. 할머니들을 개잡듯이 한 경찰청장과 밀양서장을 용서할 수 없다. 이런 세상이 또 어디 있나”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 구미현 씨는 “나의 기억은 11일 행정대집행 순간에 머물러 있다. 그 때 장면이 떠올라 아무런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움막 안에서 머리와 허리를 쇠사슬로 묶고 있는데 경찰이 움막을 뜯었고, 목줄을 끊는다며 목을 잡고 놓지 않았다. 숨이 막힌다고 해도 목줄을 끊을 때 까지 목을 놓지 않았고 아직까지 그 때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경찰은 맨몸으로 움막을 지키는 사람들을 개 끌듯 거꾸로 끌고 나왔다. 주민들 절반 이상이 실신했다. 헬기가 여러 번 저공비행하면서 양어장의 은어들은 배가 터져 죽었다. 이런 야만이 어디 있나. 시골은 이렇게 짓밟혀도 되는 곳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인들은 경찰이 대집행과정에서 직권 남용을 하고, 변호사의 변론권을 침해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배영근 변호사는 “법률지원단 12명이 현장으로 내려갔지만 경찰은 마을입구에서부터 출입을 막았다. 행정대집행 당시 가장 먼저 고착시킨 것도 변호사들이었다. 주민들에 대한 접견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수차례 이야기 했음에도 끝까지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이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또한 행정대집행법상 집행 책임자와 담당 공무원, 이를 위임받은 제3자 만이 집행을 할 수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안전보호 조치 뿐”이라며 “하지만 경찰이 가장 먼저 강제 철거 행위를 했다. 엄연한 경찰의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경찰은 주폭, 조폭, 학폭(학교폭력)을 척결하겠다고 하지만, 가장 먼저 척결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경찰 폭력”이라며 “경찰청장은 67명 국회의원의 서명과, 직접 통화를 통해 마을 어르신들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철썩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을 어기고 국민을 능욕했다. 경찰청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고 경찰을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찰은 기본적인 상식과 법, 예의를 지키기는커녕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잔악무도한 물리적인 폭력 행사로 팔 골절 부상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거를 수녀들에게 자행했다”며 “이는 명백한 종교탄압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폭력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한다”며 “우리 수도자들은 밀양의 어르신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모인 밀양 주민들과 종교인 등은 행정대집행 직후 여경들의 승리의 V자 기념촬영을 비난하며, 단체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은 이성한 경찰청장을 상대로 ‘국민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밀양 주민들이 경찰에 대한 강제 철거를 대집행하고자 한다”며 “만약 귀하께서 철거에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경찰이 그토록 사랑하는 765kV 송전탑 및 고리1호기 원자로를 청사 인근으로 이주하도록 범국민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주민들은 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오후 2시에는 삼성동 한전 본사 앞으로 자리를 옮겨 한전 규탄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한전이 대기업에 값싼 전기를 공급한 뒤 적자분을 상쇄하기 위해 마을 공동체를 돈으로 분열시키고 있다며, 조환익 한전 사장을 상대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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