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삼성, 현대, LG, SK’ 하청노동자, 삼성 앞 “진짜사장 나와”

하청노동자 1,500명, 서초동 삼성 본관 앞 집결...공동 투쟁 문화제

원청 대기업의 작업복을 입은 채 원청의 지시로 일을 하지만, 원청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진짜사장’을 만나기 위해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으로 모였다. 하청노동자들은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바지 사장이 아닌 ‘진짜 사장’을 만나겠다며 한 목소리로 “진짜 사장이 나와라”고 외쳤다.


최근 1년 동안, 76년 무노조 경영을 자랑하던 삼성을 비롯해 LG, SK 등에서 줄줄이 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 원청을 상대로 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18일 오후 7시, 삼성, 현대, SK, LG 등 대기업 하청노동자 1,500여 명은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간접고용 노동자 공동투쟁 문화제’를 개최했다.

비록 기업은 다르지만 하는 노동환경 및 처우는 비슷했다. 일하는 회사와 월급 받는 회사가 다른 다단계 하청구조와 고용불안, 저임금 등은 대기업 하청노동자들의 공통분모였다. 무대 위에 오른 하청노동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등의 현안 투쟁을 승리로 이끌어 간접고용 철폐를 이뤄내겠다며 결의를 모았다.

뿔난 ‘삼성, 현대, LG, SK’ 하청노동자, 삼성 앞 “진짜사장 나와”

전면파업 및 서초동 삼성본관 앞 상경투쟁 31일 째를 맞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의 76년 무노조 경영 역사를 끝장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은 “우리는 지금껏 삼성자본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해 왔다. 원청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하루 15~16시간의 중노동을 했지만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져 줄 수 없다고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서 “너무나 살고 싶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노동권을 보장받기 원했다. 그러자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하겠다며 노동탄압을 시작했다. 노조를 설립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소중한 동지 3명을 잃었다”며 “이건희 회장은 ‘산삼을 찾으려면 산삼 밭에 가라’는 어록을 남겼다. 그래서 우리가 삼성본관 앞으로 왔다. 무노조 경영 76년산 산삼을 뿌리 채 뽑기 위해 여기로 왔다. 먼저 간 두 동지의 목숨 값은 민주노조 사수와 무노조 경영을 박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에서 시작된 서비스노동자들에 대한 간접고용 및 노동환경은 고스란히 여타의 대기업으로 확산됐다. SK브로드밴드와 LGU+는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을 상대로 삼성의 노동자관리 시스템을 고스란히 적용했다. 다단계 하청구조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회피하는 수단이 됐고, 건당수수료체계는 저임금을 부추기고 있다.

경상현 LGU+지부 지부장은 “삼성에서 노동자관리 시스템은 SK로, 또 다시 LG로 확산된다. LGU+ 역시 삼성의 시스템을 따라 한다. 얼마 되지 않는 월급에서 차감을 하고, 힘들다고 하면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 어떻게 시스템이 이렇게 똑같은지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LGU+와 SK브로드밴드 지부는 투쟁을 시작한 지 겨우 2달 남짓 됐다. 더욱더 강해지고 튼튼해져 선배 노동자들과 함께 이 싸움이 승리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재 SK브로드밴드지부 지부장 역시 “대한민국 재계서열 1~4위의 재벌 그룹들은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뭉쳤다. 가시밭길에도 대오가 흩어지지 않은 것을 보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투쟁의 길에 연대가 아닌 공동 투쟁으로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너무도 닮은 하청노동자들, 진짜 닮아야 할 것은 ‘투쟁 승리’”

10년 넘게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원청 사용자성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공동투쟁에 나섰다.


김문성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최종범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과 안타까움이 컸다면, 염호석 열사 사망 소식을 듣고는 커다란 분노가 차올랐다. 우리 사내하청지회에서도 작년 여름 열사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비겁한 세상에서 비겁하게 떠나지만 동지들은 꿈을 잃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채였다”며 “아직 열사의 꿈을 이뤄드리지 못했다. 우리는 말로 하지 않겠다. 삼성이 무릎을 꿇는 날 까지 사내하청지회가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짜사장’을 찾기 위해 7일째 공동투쟁을 벌이고 있는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공동투쟁에 힘을 보탰다. 김영수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케이블방송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많이 닮았다. 고객을 찾아가 수리를 하고 감정노동을 한다. 또한 원청의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하청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거대 자본들의 이윤을 위해 수 십 년간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또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우리는 진짜 사장을 찾으러 다니고 있다. 하지만 찾았다고 생각하면 바지사장이거나 유령사장이었다. 겨우 진짜사장을 찾아 우리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며 ‘그건 우리 사정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까지도 닮았다”며 “그런데 우리가 진짜 닮아야 할 것이 있다. 악질 거대 자본을 상대로 올해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승리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서 전면파업에 돌입한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도 자리를 지켰다. 이시우 티브로드지부 지부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지회 동지들이 자랑스럽다. 또한 31일간 노숙투쟁에 매일 함께하지 못해 부끄럽다”며 “하지만 우리는 민주노총이라는 큰 지붕 아래 있다. 악질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함께 민주노조를 건설하자”고 당부했다.

대학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등 간접고용 사업장을 이끌고 있는 구권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지부장은 “명불허전이라고 했다. 삼성이 하면 뭐가 다르다고 하더니, 결국 삼성의 노조 탄압은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며 “저임금, 저복지, 굴욕을 강요하는 눈물의 씨앗은 간접고용이다. 노동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간접고용을 철폐하고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나는 투쟁은 지금부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날 공동투쟁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했다. 희망연대노조 노래패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율동패는 합동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삼성과 현대, SK, LG, 태광 등 재벌이 이 땅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은 끝까지 동지여러분들과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공동투쟁에 참여한 하청노동자들도 결의문을 통해 “삼성, 현대차, SK, LG 그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교섭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는 재벌사업장, 공공부문에서부터 현안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전체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에 기여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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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ㅈㅅㅇ민주노조추진위 비정규조직가,,,,,단결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