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장하나, 정청래,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밀양인권침해감시단, 밀양법률지원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폭력과 야만의 밀양을 증언한다-6월 11일 밀양 행정대집행 상황에 대한 긴급 증언대회’가 있었다.
129번 송전탑 현장 움막을 지켰던 한옥순 할머니는 “우리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철탑자리 움막 밑에 무덤을 파놓고, 6명이 쇠줄을 온 몸에 감고 옷까지 홀딱 벗었다”며 “경찰들이 갑자기 움막을 밀고 들어와 칠, 팔십 살 먹은 할머니들 온 몸을 만지며 소·돼지 취급해서 끌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소를 잡을 때도 그렇게는 안 할 텐데, 할매들에게 어찌 그렇게 잔인하게 할 수 있는지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편히 눈 감고 죽을 수가 없다”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번 행정대집행은 국가가 우리를 죽이려고 계획적으로 저지른 만행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127번 송전탑에 있었다는 정임출 할머니는 “움막 입구에 쇠사슬로 몸을 감고 있었는데, 경찰들이 그 굵은 쇠사슬을 전부 다 끊고 움박 밖으로 끌어냈다”며 “병원에 실려가서야 추워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입고 있던 상의가 하나도 없고 브래지어만 몸에 붙어 있었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내가 죽어서 송전탑이 안 들어오고 원전이 안 들어선다고만 하면 그 자리에서 죽기라도 하고 싶었다”며 “우리만의 욕심이 아니다. 보상받기 위해서 이렇게 싸우는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전기정책을 바꾸기 위해서 이런 것이다”며 “우리는 수십억을 줘도 절대로 도장 안 찍고 보상 받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 정임출 할머니가 증언하고 있다 |
115번 송전탑 김영자 할머니는 “경찰에 끌려가는데 (송전탑 건설을 위한) 포크레인이 우리 마을 과수원 한 가운데로 감나무, 매실나무들을 다 부수면서 올라왔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턱 막혔다. 그 과일 나무들은 우리들 생명줄이다. 그 과일 따서 팔고 나물 뜯어 팔아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사는 국민들이고 농사꾼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짓밟히는게 너무나 비참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나고 뭐라고 사과했나. 자기 책임이라고 했다”며 “우리가 이렇게 짓밟히고 있는 것은 자기 책임이 아닌가. 국가를 개조한다는데 대통령 정신 상태부터 개조하면 국가는 자연스레 나아진다”고 일갈했다.
돌아가며 이어지던 증언은, 고정마을 김순남 할머니가 울분을 참지 못해 가슴을 치며 오열하다 고통을 호소, 의원회관 내 의무실로 옮기면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 증언을 듣던 중, 가슴을 치며 오열하던 김순남 할머니를 주변인들이 진정시키고 있다. 김 할머니는 곧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의원회관 내 의무실에 가 안정을 취했다. |
101번 송전탑에 송영숙 할머니는 연대해준 시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송 할머니는 “연대해준 시민들이 당일 새벽 2,3시 쯤에 산길을 헤매고 올라왔는데 비도 오고 너무 추웠다. 움막 안에 공간이 없어서 연대자들 모두 움막 밖에서 비바람 맞으며 밤을 샜다”며 “자기 일도 포기하고 밀양까지 내려와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하는 모습이 사람 때려잡으려는 경찰들 모습과 대비돼 정말 감사했다. 연대자들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은 연대자분들이 너무 많았다. 우리들을 보호해주신 연대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정대집행 당시 할머니들과 함께 움막을 지켰던 천주교 수녀들의 증언도 있었다. 조명순 수녀는 “경찰은 먼저 시민 연대자, 국회의원, 사제 할 것 없이 무참히 끌어내고 안에 있던 할매들 몸에 쇠사슬을 끊어 들쳐 올려 끌어냈다”며 “그 참혹함과 처절함에 이것이 전쟁이구나, 나라가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유재영 수녀는 “수도자가 왜 거기에 가있었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는 우리 수녀들이 보기에도 이 문제가 한계선에 달했다고 판단했다.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 양심의 소리를 합하는 것이 저희 몫이라고 생각했기에 현장에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행정대집행 과정을 취재했던 최하얀 프레시안 기자는 당시 경찰의 취재방해를 증언했다. 최 기자는 “기자 비표를 보여줘도 취재 중 끌려 나왔다 다시 몸으로 뚫고 들어가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했을 정도로 경찰의 취재방해가 심했다”며 “경찰의 취재방해는 밀양에 있지 않은 시민들이 밀양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향후 소송이 진행될 때 법원이 증거물로 채택할 수 있는 기자의 기록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소송권도 박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하나 의원은 “경찰이 더 높은 권력의 상층부에서 강행하라는 명령체계 없이 그런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감행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경찰에 당시 기본적인 무전내용과 진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2주를 꽉 채워 오늘에야 제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회 하반기 상임위 구성에서 안전행정위원회로 배정받은 정청래,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6월 11일 밀양 행정대집행 문제를 상임위 내 제1과제로 삼아 진상을 규명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