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교섭 ‘사과, 재발방지, 보상’ 등 이견 뚜렷

“반올림 요구안 일부 언급도 없어...모든 의제 진지하게 논의해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전자가 지난 25일 3차 본교섭에 돌입하면서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반올림이 삼성 직업병 문제를 내걸고 싸워온 지 7년만의 성과지만, 여전히 양 측의 이견이 존재해 이후 교섭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반올림과 삼성전자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약 3시간 30분가량 3차 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보상에 관련한 사측 입장을 제시했다. 애초 반올림은 지난해 12월, 요구안을 통해 △안전보건 관리 책임 △산재보상 방해 △피해자 가족 및 활동가에 대한 폭행 및 고소, 고발 등을 사과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26일 교섭에서 “대표이사와 이인용 사장이 이미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다”며 “보상 등 다음 단계 논의로 신속하게 나가자”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반올림이 제시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 사과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반올림은 사과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서도 회사 측은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을 통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진단 결과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반올림은 종합진단이 ‘문제 해결’이 목적이라면 ‘재발방지대책’은 문제 예방의 차원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은 이미 요구안을 통해 △화학물질 등에 대한 정보공개와 알권리 보장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안전보건 관리에 대한 종합진단과 감사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권 보장 등을 내건 상태다.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날 교섭에서 “당장 협상에 참여하는 8명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고, 그 외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공신력 있는 전문기구인 보상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반올림은 보상 대상을 교섭단 8명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산재신청자 전원으로 확대하고, 그 외 다른 피해자들의 보상안은 퇴직자 암 지원제도 개선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가족 및 활동가에 대한 사측의 고소, 고발 취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28일 2차 교섭에서 고소, 고발 취하를 약속했지만, 총 12명 중 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4명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하해 반발을 샀다.

반올림은 3차 교섭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반올림의 각 요구안에 대해 삼성의 구체적인 입장을 듣게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삼성이 준비해온 입장은 지난달 14일 권오현 대표이사가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요구안의 일부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없는 등 전체적으로 삼성 측 교섭단은 반올림 요구안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듯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삼성 측은 여러 차례 보상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논의하자고 했지만, 교섭에 참여하는 피해가족들 입장에서 ‘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중 덜 급하거나 덜 중요한 것은 없다”며 “모든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협상은 더 길어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양측 교섭단은 이후 약 2주 간격으로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교섭이 끝날 때 마다 주요 결과를 문서로 남기기로 했다. 아울러 모든 교섭이 끝나면 합의 내용을 모아 최종 합의서를 작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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