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사교섭 ‘휘청’ 이게 한 미디어충청?

[삼성서비스 취재 후기(3)] 이제는 근거를 밝혀도 될 때

전국금속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사 임금단체협약(기준협약) 체결 조인식 이틀 전인 6월 27일 오후 5시경,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노숙농성장에서 교섭안이 나온 것에 대해 조합원 설명회를 열었다.

직접 사측과 교섭을 한 조건준 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선부장은 교섭안 설명에 앞서 가장 먼저 “모 언론에서 교섭안 전문을 보도해 교섭이 휘청휘청했다”며 “삼성서비스 조합원을 위한 언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언론에서 교섭안 전문을 보도한 바 없기 때문에 조건준 교선부장이 언급한 ‘모 언론’은 미디어충청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보도가 교섭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섭내용 공개, 사측엔 양해 바란다면서...

미디어충청은 26일 6시경 회사 교섭안에 대해 “금속노조 지회중앙쟁의대책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을 담아 이 전문을 보도했다. 이후 취재원들로부터 지회 관계자들이 “난리 났다”, “쓰레기 언론” 등 격한 반응을 보인다는 말이 전해졌다. 하지만 금속노조와 지회 관계자 누구도 미디어충청에 공식적으로 비보도 요청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보도 이후에도 기사와 관련해 어떤 요청도 없었다.

노조와 회사측 교섭안이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는 발언은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노숙농성장에서도 있었다. 윤욱동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조합원들에게 노사 양측 제시안을 공개하면서 “교섭안 등을 공개함으로 인해 노조가 여러 가지 곤란함을 많이 겪는 것 같다”며 “삼성이 직접 교섭 하지 않지만, 교섭안 등 교섭 공개에 따른 파장이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해 항의도 있고 한데, 교섭 자체도 정상 교섭이 아니고 교섭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측에 양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디어충청 보도가 교섭을 ‘휘청휘청’이게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금속노조와 삼성지회, 열사대책위원회는 왜 엠바고나 기사 보류 등의 사전·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인가? 노조 측은 마치 비밀 외교문서를 다루듯, 노사 교섭안이 공개돼서 교섭이 휘청거렸다는 말만 할 뿐, 그 어떤 부가 설명이 아직까지 없다.

경총, “교섭안 보도, 교섭에 영향 안 미쳤다”
공개가 문제였나, 교섭 자체가 파행과 재개의 반복이었나


비공개 교섭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삼성서비스 협력사에게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 측의 입장은 달랐다. 경총 홍보팀 최종진 씨는 “노사 비공개 교섭 사실과 교섭안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섭에 문제가 생겼냐”는 미디어충청의 질문에 “아니다. 전혀 문제없었다”고 답했다. 기자가, “언론보도로 인해 교섭이 휘청하고 어그러졌다던데 보도가 교섭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재차 확인하자 이 관계자는 “언론 보도로 교섭이 심각하게 된 적은 없다”면서 “교섭 자체가 파행과 재개를 반복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남용우 사측 교섭단 대표(경총 노사대책본부장)는 노사 블라인드 일 대 일 교섭에 대해 “효율적인 측면에서 노사가 선택한 교섭 방식”이라며 “금속노조와 경총이 일 대 일 교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 사용자성이 드러나는 “삼성전자나 삼성서비스가 아니고 노조와 경총이 만나는데 비공개 교섭을 할 필요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비공개 교섭이라기보다 효율성을 고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는 블라인드 교섭이라고 밝혔다”고 질문하자 그는 “비공개 교섭은 내가 보기에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노조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 돼서 (노조가) 그렇게 판단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경총과 금속노조는 비공개 교섭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미디어충청의 교섭안 공개조차 문제가 될 만큼 철저한 비밀 교섭이었다는 것이고, 경총에 따르면 일 대 일 교섭은 교섭 효율을 위한 것일 뿐, 비공개로 비춰진 것은 금속노조 내부의 소통 문제였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관련해 비공개 교섭 취재 과정에서 금속노조 일부 관계자들은 지회 쟁의대책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교섭 전반에 대해 결정했고, ‘조합원은 다 알고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지회 한 조합원은 “미디어충청 보도로 블라인드 교섭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 이전엔 블라인드 교섭이 진행된다는 것을 아는 조합원들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노사 교섭에서 노측과 사측을 만나 온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관계자는 “비공개 교섭이 진행되는 초반에 금속노조 교섭관계자들은 알았지만 조합원들은 몰랐다”며 “이 교섭을 처음 시작할 때 어느 정도 선까지 알릴 거냐 하는 문제에서 비공개 교섭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늘어났다. 초반에 조합원은 100% 몰랐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미디어충청이 노사 교섭을 휘청이게 했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해명할 책임이 있다. 비공개 교섭 관련 서로 다른 얘기도 이제 밝히길 바란다. 작은 인터넷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취재 방해하고, 교섭 관련 책임전가가 아니라면 말이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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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금속노조 ,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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