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교섭 결렬 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양산분회장이 5월 17일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지회는 19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 노숙농성도 시작됐다. 한편 사적 장례절차에 112신고를 이유로 경찰기동대가 투입되어, 시신·유골함 탈취 논란이 일었고 삼성 개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경찰 병력 투입으로 장례가 치러진 후, 삼성 사측은 노조에 교섭을 하자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쪽 집중 교섭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선 조건준 금속노조 경기지부 교선부장(당시 노측 간사)과 경총 황용연 노사대책2팀장(당시 사측 간사)은 23일 “각 협력사별 당사자 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효율적인 교섭 진행을 위해 표본교섭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실무교섭 조건으로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집회 인원을 뺄 것, 즉 염 분회장 분향소 철거를 노조에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금속노조는 24일 내부 회의(긴급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전면파업 노숙농성을 유지하고 25일 실무교섭을 진행한다고 결정한다.
이 시기에 노조는 교섭 방식과 교섭단 구성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교섭 총괄책임자를 두고 교섭위원을 선임해 교섭단을 구성하면서, 조건준 노측 교섭위원이 사측과 일 대 일 비공개 실무교섭을 진행키로 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쟁점으로 어떻게 교섭이 이루어지는지, 교섭 내용 공개 여부까지 고민이 확장되지는 않은 것 같다. 삼성전자서비스 실무교섭은 6월 29일 임금단체협약(기준협약) 체결 조인식으로 마무리됐다.
금속노조는 삼성에서 76년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에 방점을 두는 듯하다. 하지만 “민주노조 깃발을 꽂은 것 말고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서비스 기사들은 여전히 배고프고 힘들다. 40여일 전면파업 노숙농성 투쟁이 고단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계속 싸워 나갈 것이다”라는 삼성서비스지회 조합원 인터뷰는 노조 지도부의 평가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
또 다른 조합원도 “삼성전자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니까 회사가 기본급 120만원에 건당수수료 기본 70건에서 60건으로 낮췄다. 작은 성과다. 한편으론 농성을 이어갔으면 노조가 좀 더 성과를 남겼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기준협약 체결은 분명한 성과이다. 하지만 전국 협력사 사장들이 이미 체결한 임단협을 받지 않기로 했단다. 임단협을 관철시키기 위한 제2의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 7월 노조를 결성한 금속노조 삼성서비스지회의 투쟁은 기준협약 체결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협력사의 반발 등 아직 완전한 마무리 국면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의 평가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삼성서비스지회 출범 이후 집중 보도했던 미디어충청은 비공개 교섭에 대해서는 여전히 ‘왜?’라는 질문이 남는다. 노동조합이 공개 교섭을 하는 이유는 단순한 투명성 확보나 효율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공개 교섭을 통해 조합원의 관심과 힘이 모이고 쟁점이 정리될 뿐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체결 후 합의 사항 이행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을 금속노조가 몰랐다고 생각지 않는다.
아울러 미디어충청의 보도로 교섭 자체가 휘청거려서 노조의 요구가 후퇴했다는 관계자의 시각이 사실인지, 혹시 원망 대상을 찾았던 것은 아닌지 확인되길 바란다.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노동조합운동의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했는지는 금속노조와 노조운동 내부의 자체 평가 영역일 수 있지만, 미디어충청이 제기했던 ‘비공개 교섭’ 보도와 관련한 문제, ‘교섭에 영향을 미쳤다’는 부분은 사실 확인과 공개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노조운동 내부에서 언론보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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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