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지난해만 10명 이상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최악의 중대재해 사업장으로 꼽힌다. 노동자들의 사상 첫 공동 파업 요구 역시 산업재해 대책 및 보상 등의 요구가 일 순위다. 대형 제철소 중 정규직/비정규직의 교대제 형태에 차별을 두는 것 역시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10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으로 상경해 공동 파업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 날 전면파업을 단행한 현대제철 당진,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830여 명을 비롯해 정규직지회 간부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최악의 살인기업’ 현대제철, 사내하청 첫 공동파업 돌입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은 지난 2012년 비정규직노조를 결성하고, 지난해 14개 업체와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기본협약에 따라 올해 노사가 임단협을 체결해야 하지만 회사가 임단협 교섭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기본협약은 전임자, 사무실 지급 등을 약속한 기본적인 노사 협약에 불과하지만 회사 측은 ‘기본협약이 단체협약’이라고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해 왔다.
노조의 7차 교섭 요구 끝에 지난 6월 말부터 상견례 및 교섭이 시작됐지만, 첫 번째 본교섭에서 교섭 형식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다. 노조는 기본협약을 체결한 14개 업체를 비롯해 신규 결성된 3개 업체까지 총 17개 업체와 집단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집단교섭에서 신규 결성된 3개의 업체를 배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일부터 순환파업, 게릴라파업 등을 벌이고 있으며, 10일에는 하루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사는 오는 11일 오후 2시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노조는 이 날 교섭 이후 본격적인 투쟁 계획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조민구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작년 노사 기본협약을 체결하며, 회사는 올해 비정규직 노조와 임단협 체결을 약속했지만 이제 와서 이를 부정하고 있다”며 “더 이상 하청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영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지회 역시 원하청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엄태광 충남 현대제철지회 부지회장은 “현재 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 투쟁에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오늘 쟁의조정신청 이후 쟁의권을 확보해 비정규직지회와 원하청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당진, 순천공장 사내하청노조, 산재 및 고용안정, 통상임금, 교대제 변경 등 요구
현대제철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조 역시 이날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와 사측은 그간 교섭을 이어왔지만, 산재 예방 및 대책, 교대제 형태, 통상임금, 고용안정 등에서 이견이 발생했다.
현재 현대제철 당진,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3조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4조 3교대를 하고 있어, 근무형태에 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다. 비정규직노조는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4조 3교대로의 근무형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불안 해소 문제도 쟁점이다. 올 초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7개 업체 중 6곳만 고용승계를 해 D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30여 명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통상임금 쟁점에 있어서도, 회사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조와 각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노조의 첫 번째 요구인 ‘재해 예방과 발생 시 대책 및 보상’에 대한 부분에서도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구희수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장은 “잠잠했던 합병 이후 노사 대결로 치닫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는 정규직과 같은 4조 3교대 실시와, 안전대책 강화와 산재 문제 해결, 그리고 4조 3교대 시행을 통한 전환배치로 고용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고 체불임금을 해소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규석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 날 대회사를 통해 “지난해부터 1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죽어 나갔지만 정몽구 회장이나 현대제철 대표이사 등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동료가 대신 일해주지 않으면 휴일조차 보장되지 않는 야만적인 3조3교대 근무를 개선하는 책임도 마찬가지로 원청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고용불안 없이 안심하고 일할 권리, 노조 인정받고 현장에서 당당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동지들의 투쟁이 반드시 승리하도록 금속노조가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