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당시 기관보고에서 해수부 등 다른 기관과 함께 세월호 국가보호선박 지정을 위해 2013년 3월 18일부터 세월호 보안측정에 참여해 7가지 문제를 지적했다고만 밝혔다. 이는 세월호 첫 출항일인 2013년 3월 15일에서 3일 뒤 일이다.
하지만 지난 25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2개월여 동안 바다에 잠겼다 지난 6월 24일 발견한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복원한 파일 중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엔 국정원의 또 다른 세월호 관련 행적이 드러났다. 이 문건은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이란 제목의 ‘국정원 지적사항’ 100개를 정리한 문건이다. 이 문건은 2013년 2월 27일에 작성된 것으로 나와 세월호 첫 출항일인 3월 15일 2주전에 국정원이 직접 관련 사항을 점검했다는 것이 된다.
이에 관해 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27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이 2013년 2월 27일 해수부, 해경과 함께 ‘보안측정 예비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3월 15일 세월호는 첫 출항을 했다”고 공개했다.
▲ 국정원 기관보고에 나온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 한기범 국정원 1차장, 김수민 2차장 [참세상 자료사진] |
야당 특위 위원들에 따르면 국정원은 2월 27일 ‘보안측정 예비조사’ 이후 2013년 3월 18일~20일까지 세월호 보안측정을 실시했고, 테러 취약점 7개 항목을 지적하고, 감독부처인 해수부에 통보했다. 해수부는 4월 11일에 국정원 요청으로 세월호를 ‘국가보호장비’로 지정했다.
문제는 국정원이 해수부, 해경과 함께 ‘보안측정 예비조사’를 실시했다는 사실만 기관보고에서 쏙 빼놔 세월호와 국정원 관계에 대한 의혹이 더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대책위는 복원된 문건의 주요내용이 천정 칸막이 설치 및 도색, 자판기 설치, 분리수거함 위치 선정, 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와 2월 작업 수당 보고서 작성 제출 등 100여건의 작업내용과 작업자 등을 상세히 담고 있어 국정원이 세월호 운영, 관리 등에 깊숙이 관여 했다고 봤다. 특히 문건에 직원들 휴가 관련 내용까지 있어 국정원이 세월호 실소유주라는 의구심도 드러냈다.
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렇게 세세한 내용이 담긴 ‘보안측정 예비조사’를 국정원이 일부러 보고하지 않은 것은 뭔가를 감추려 한 것 아니냐고 봤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원은 세월호 취항 전에 보안측정 예비조사를 실시하고도 이를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도 보고하지 않고 숨긴 진위를 밝혀야 한다”며 “국정원은 보안업무규정(제38조)에 따라 국가보호장비 파괴에 대한 ‘전말조사’를 실시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국정원 지적사항 100가지에는 그간 국정원이 주장해 온 7개 항목을 뛰어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국정원이 이처럼 세세하게 선박관리 운영 전반에 걸쳐 개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며 “‘국정원 보안측정 예비조사’ 100여개 지적사항 중 특히 ‘휴가, 작업수당’ 부분은 국정원이 세월호를 소유 또는 경영했다는 국민적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운항관리규정 상 세월호만 유일하게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국정원에 보고하게 되어 있는 정확한 사유를 밝히라”며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국가보호장비’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으므로 반드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전말을 증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신경민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국정원의 세월호 운영, 관리 개입의혹 현안질의를 위해 오는 29일 국정원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 개최를 요구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복원된 문건의 국정원 지적 사항을 보면 국정원이 세월호 소유주처럼 행세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정보위 개최 요구를 정치공세라며 거부했다.
▲ 국정원 지적사항 100개 [출처: 야당 국조특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