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은 지난달 7월 21일 2년 만에 청도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 이날 한전은 주민과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송전탑 반대 측 주민들에게는 주민 합의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출처: 뉴스민 자료사진] |
지난달 21일 마을 주민과 합의를 마쳤다며 송전탑 공사를 진행한 한전이 반대 측 주민들에게는 합의서를 공개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실제로 주민 합의문서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합의문서 존재여부는 청도 송전탑 공사의 정당성에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마을 주민의 80%가 추천한 마을 대표 6명과 마을 복지회관 건립을 지원하는 것으로 합의를 마쳤다고 지난달 21일 밝혔다.
이에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마을 주민들은 5일 송전탑 공사현장을 찾은 이강현 한전 대구경북개발지사장에게 주민합의서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주민합의서를 본 적도 없고, 합의 내용과 공사 진행 여부에 관한 어떠한 공지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강현 지사장은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언론에도 다 나왔는데 왜 주민들이 모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주민대표에게 합의서를 요구하라”고 말했다. 이에 마을 주민 김춘화(62) 할머니는 “반대 주민들은 주민도 아니가, 왜 우리 합의는 안 구하느냐”며 분한 마음을 토해냈다.
마을 주민 이은주씨는 “합의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기습적으로 공사를 시작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강현 지사장은 “주민들이 미리 알았다고 태도가 좀 바뀌었겠느냐”라고 받아쳤다.
이에 청도대책위는 7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한전의 윤 모 차장이 합의문서가 없다고 했고, 박 모 부장은 합의문서는 있지만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한전이 합의문서 존재 여부를 번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대표 6명 중 한 사림인 이 모 씨에 전화로 확인한 결과 합의 사실과 합의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한전이 주민들과 합의했다는 것은 거짓이며, 찬성 측 주민들과 합의를 했더라도 찬성 측 주민조차 합의 사실과 내용을 모르고 있다면 제대된 합의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재권 삼평1리 마을 이장은 합의문서 존재와 관련해 “합의문서는 있다. 외부단체들이 다 나가면 보여줄 수 있다. 마을 입장에서는 할매들이 욕보는 거 알고 있기 때문에 주민 간 골을 깊게 만들고 싶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뉴스민>과 통화에서 밝혔다.
김명복 한전대경개발지사 차장은 “합의문서는 공개를 안 하는 게 한전 원칙”이라며 “합의서는 찬성한 마을 주민과 대표들이 날인한 부분이 있고, 이 내용이 공개되었을 시에 추후 공사가 종료된 후 반대하는 주민들하고 동의한 주민들하고 또 다른 분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합의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양쪽의 말을 종합하면 ‘합의문서’는 있지만,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과는 합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한편, 7일 청도 송전탑 공사 현장을 방문해 이강현 지사장과 만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한전이 송전탑 반대 주민과 대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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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