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항소심 법원이 이른바 RO(혁명조직)의 실체가 없다고 봤다. 내란음모죄도 무죄를 인정했다. 다만 내란음모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항소심 법원이 내란음모를 무죄로 보고도 내란선동죄를 유지한 데 대해 “현 시기 정치적 중압감의 표현이라고 이해한다”며 대법원에서 무죄 파기환송을 자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2시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9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1심에선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논란이 됐던 RO의 존재여부를 두고는 RO의 결성시기, 가입, 폭동준비 등 활동내역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 통합진보당과 변호인단은 RO의 구체적 조직도조차 그리지 못하는 조직사건은 존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내람음모죄에 대해서도 “내란의 시기, 대상, 준비에 관한 역할 분담 등 내란의 윤곽을 어느 정도 특정해야한다”며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 내란범죄 실행에 합의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내란선동 혐의를 두고는 “내란 선동죄가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내란의 시기, 대상, 수단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는 없다”며 “이 의원 등은 내란선동 목적으로 통일혁명 완수를 위해 대한민국 기간시설을 파괴하려 했고, 국헌문란 목적으로 폭동을 선동하기 위한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적표현물 소지, 혁명동지가 제창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두고 변호인단 김칠준 변호사는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은 △RO라는 지하혁명조직 △사전 준비회의 △전쟁 임박 시기나 혁명의 결정적 시기 △내란음모에 대한 제안과 제안에 대한 승낙을 통한 내란음모의 합의라는 4가지 기둥이 필요하다”며 “재판부는 이 4가지 모두를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은 증거가 없고 사전준비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혁명의 결정적 시기, 전쟁 당장 임박한 시기는 굳이 인정하지 못했다” 라는 취지의 판결 선고가 내란음모와 내란선동을 받치고 있었던 4개의 기둥을 다 부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어 “그럼에도 내란선동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저희는 법리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 시기에 정치적 중압감의 표현이라고 이해한다”며 “한마디로 내란음모가 무죄면 내란선동도 논리적으로 당연히 무죄다. 대법원은 반드시 내란선동을 무죄로 파기환송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대표도 “오늘 판결로 통합진보당에 RO라는 지하혁명조직이 존재하며 130여 명의 당원들이 내란을 음모하였다는 국가정보원과 박근혜 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색깔론과 말살론은 공중분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석기 의원과 함께 구속기소된 이상호 수원사회적기업지원센터장은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 한동근 수원새날의료생협 이사장은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소장,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