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낙영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소지한 청도 송전탑 공사 재개 관련 내부 문서 |
"사회적 이슈화와 안정적 전력공급에 우려...공사재개에 따른 대응방안을 협의"한다는 등 청도 송전탑 공사 재개 계획이 담긴 경북도 내부 문건(청도 송전탑 건설 동향)이 확인됐다. 경북도가 앞장서 송전탑 공사 재개에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문서는 18일 경북도청을 방문한 청도 주민들과 만난 주낙영 행정부지사가 소지하고 있었다.
10시 50분 사전 면담 당시 주낙영 행정부지사가 소지했던 도청 내부문건 ‘청도 송전선로 건설사업 동향’에 따르면 도청은 공사 직전에 한전의 공사 계획을 미리 파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문건에는 △준공 예정일과 공사 현황 △산업부, 도경, 청도경찰서, 청도군 등과 협의, 공사 추진 예정 △신고리 3~4호기 운전 3~4개월 전에 선로연계 필요 △청도군 15개 마을 중 14개 마을합의 완료 △지역 주민 여론 악화 및 언론 반대단체의 사회적 이슈화 우려 △지역주민 설득 및 산업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 공사재개 중 △공사 재개에 따른 안전대책 및 대응방안 등을 협의, 사전 준비 철저 △지역주민 및 대구환경연합, 민주노총, 녹색당 등 연대건설 반대 우려 △공사지연시 경남·북지역 전력 수요증가에 따른 안정적 전력공급 우려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도청이 공사 강행 사전 동향을 파악하면서도 사회적 이슈화를 우려한 것으로 나타나, 도청이 적극적으로 공사 강행에 협조한 정황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김헌주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는 “문서에 그렇게 나타났다면 도청이 공사 전에 개입했을 정황은 있는 것이다. 사전에 이미 조율하고 파트너로 행동했던 거라면 나름대로 대응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나마 도지사가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고 지금으로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민>이 문건 공개를 요구하자 경북도청 관계자는 “문서는 수시로 작성된다. 내부 문건이라 공개는 할 수 없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 김관용 도지사(왼쪽)와 청도 삼평리 주민들 |
앞서 18일 오전 10시,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 등 10여 명은 경북도청 도지사실을 방문해 공사 중단과 송전선로 지중화에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지난달 21일 기습적인 청도 송전탑 공사 이후, 한전은 주민과 대화자리조차 만들지 않고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청으로 향한 것.
이억조 할머니(삼평리 주민, 77)는“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다. 힘없는 우리들로서는 도저히 한전과 경찰을 못 이긴다. 짓밟고 끌어내고 팔을 비튼다”며 “우리는 갈 데가 없다. 도지사라도 우리말을 좀 들어 줘야 한다. 자재는 거의 다 올라갔지만 아직도 안 늦었다. 지중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비서실에서 김관용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김관용 도지사는 오전 11시 50분 비서실을 방문해 한전과의 중재를 약속했으나, 일시적인 공사 중단에는 난처함을 표했다.
김관용 도지사는 “우리도 공사 관련된 내용은 상세히 알고 있다. 공사 중단은 이미 진행 돼 있어 쉽지 않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중재는 약속드린다. 대화도 하고 주선도 할 것”이라며 “국가와 한전의 일이지만 주민들이 어려움 당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조정이 돼야 한다. 공익적 일이다보니 희생이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낙영 행정부지사는 “주민들이 받는 피해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도에서 권한은 없다. 심정적으로 도와주고 싶으나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 지중화 하게 되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송배전 사업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발전소를 지어 놓고 전기 공급을 할 수 없다면 문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관용 경북 도지사는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도청을 방문한 청도 주민에게 한전과 중재를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과 일시는 미지수다.
주민들은 18일 오후 2시 현재까지 경북도청 비서실에서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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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