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주민센터 방향 인도를 통제했으며, 시민들은 3곳으로 분산 및 고립 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 및 시위 등을 이어갔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유족들도 구호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시민들 “유족 있는 청와대로 가겠다”...경찰과 대치
23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 참여한 1천 여 명의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이들은 ‘유족들이 있는 청와대로 가겠다’며 오후 6시 30분 경부터 평화행진을 시작했지만 경찰은 광화문 광장을 봉쇄하고 행진을 가로막았다.
이에 시민들은 평화행진 보장을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했으며,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광장 앞에서 경찰과 시민 사이에 몸싸움이 발생했다. 충돌이 이어지자, 주최 측은 오후 7시 경 광화문 광장 행진을 정리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유족들이 농성하고 있는 청운동사무소로 집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해산한 뒤, 각각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경복궁역-통인시장-청운효자동사무소까지의 길에 병력을 배치하고 시민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약 500명의 시민들은 주민센터 앞 4거리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센터 앞 등 3곳에서 분산 고립 돼 집회 및 시위를 이어갔으며, 경찰은 오후 9시까지 총 3차에 걸친 해산 명령을 내리며 시위 참가자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밝혔다.
경찰은 세월호 유족 농성장 인근 인도를 전면 통제했으며, 경찰 차벽과 병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농성장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통행도 가로막아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경찰은 주민들의 신분을 확인한 뒤 통행을 허락했다. 70여 명의 유족들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고립됐으며, 농성장에는 언론사들의 출입도 차단된 상태다.
청와대 인근 이틀째 밤샘농성 세월호 유족들 “폭력경찰 물러나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목소리가 서울 광화문에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모아지면서, 이곳에서 이틀 째 노숙농성으로 하는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집회 대오가 경찰에 연행됐다거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리기 시작한 시각인 오후 5시에 맞춰 일명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가족 대토론회”를 열고 자유롭게 발언을 이어나갔다. 집회 대오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은 “힘내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청와대가 책임져라”, “끝까지 같이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구호를 계속 외치며 이들을 맞았다. 경찰차량과 병력으로 촘촘히 막힌 공간에서도 가족들은 내내 도로를 바라보며 경찰 폭력에 항의했다.
고 이은별 양의 이모 길옥보 씨는 경찰병력을 향해 피켓을 들고 “경찰이 왜 선량한 시민을 폭력적으로 다루는가. 경찰이 폭력배인가”라며 “대한민국 경찰이 여기에 다 있으면 괴한은 누가 잡나. 경찰은 국민의 세금을 받아 폭력 쓰는 법만 배웠나”고 호통쳤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3일째 단식농성 하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김태연 공동운영위원장은 “광화문에서 우리를 지지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경찰병력을 최대한 끌어 모아 광화문과 청와대 가족들이 만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나고 박근혜 정부가 한 것은 진실을 막으려고 한 일”이라며 “오늘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우리의 눈과 귀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노숙농성 중인 단원고 2학년 고 이모 군의 아버지 이모 씨는 “처음으로 공식 발언을 한다”며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고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씨는 “도대체 누굴 위해 이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지 모르겠다”며 “가족을 만나주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이미 진도에서 경찰 저지선을 뚫고 나간바 있다”고 강조했다.
▲ 단원고 고 최성호 군의 어머니 엄소영 씨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앉아 아이 사진이 들어간 신분증을 보며 만지작 거리고 있다. |
광화문 광장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안 되면 30일 대규모 집회 개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집회에 참가한 1천 여 명의 시민들은 “이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청와대가 응답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원고 2학년 3반 고 김시연 양의 어머니 윤경희 씨는 “우리 아이는 배 안에서 우는 목소리로 무섭다고 말하며 헬기와 구조선이 오고 있으니 구조되고 나서 꼭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아이는 그로부터 6일 뒤, 전화기를 손에 꼭 쥔 채 돌아왔다”며 “우리는 비록 팽목항에서는 힘없는 부모였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서명을 받고, 단식을 하고, 청와대로, 국회로 향하며 이렇게 싸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형제, 자매의 사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집에 와두고 부모들이 이렇게 밖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지겹다고 하지 마시고, 국민여러분이 제대로 된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는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도와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용산참사 희생 유가족인 전재숙 씨는 무대에 올라 “용산참사 살인 학살의 주범인 정권을 상대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아직까지 전국을 다니고 있다”며 “세월호 유족들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 하지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 곁에 국민들이 있다. 누구하나 귀 기울여주는 사람 하나 없더라도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대학생들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경환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서울대총학생회는 학내 민주적 교수, 선배들과 함께 오는 25일 대학에서 청와대까지 행진을 결의했다. 우리는 수사권,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약 4시간 가량의 행진을 진행할 것이며, 경희대 학생들 역시 이 행진을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며 “오는 9월에는 전국대학생들이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 유족들은 22일부터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면담이 성사될 때까지 무기한 노숙농성을 이어가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국민대책회의는 대통령과의 면담 및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후 대규모 집회 및 행진, 선전전 등의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양한웅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유족들의 요구인 민심은 천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역사를 거스르지 마라”라고 경고하며 “오는 25일, 서울대와 경희대 학생들의 행진이 진행될 예정이다. 30일까지 특별볍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국민대책회의는 30일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 추석을 기점으로는 수천만장의 유인물을 전국에 배포하는 등 대규모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