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공무원 당사자들조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인다면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할 수 있다며 ‘공적연금 강화’론을 들고 나왔다. 일반 국민들과의 보수, 퇴직금, 각종 제도 등을 비롯해 연금 수준까지 형평성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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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공무원연금 사수 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다수의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들의 입장에 동의할 수 있다. 필요하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의 공무원연금 삭감안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공적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는 기본적인 성격이 다르다.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의 재직당시 저임금과 낮은 퇴직수당, 노동3권 등의 제약을 차후에 연금으로 보전하는 ‘후불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공무원들로서는 ‘특혜’로 오해를 받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대신 임금 및 퇴직수당을 형평에 맞게 인상하는 동시에 각종 제약을 없애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공무원노조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통합’을 언급한 것은, 공무원연금을 ‘특혜’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단절을 최소화 한 뒤 ‘공적연금 강화’라는 큰 틀의 요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소득 수준 등을 일반 국민들 수준으로 맞춘 뒤, 현재 소득대체율이 현저히 낮은 국민연금을 강화해 나가자는 취지다.
실제로 하위직 공무원들의 임금은 민간기업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초임 연봉 평균은 2,450여 만 원, 대기업 초임 평균은 3,700여 만 원이지만, 9급 공무원 초임 연봉은 1,900만 원에 그친다. 공무원-민간기업과의 임금수준 격차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욱 심화되는 구조다. 공무원은 초과근로수당도 4시간으로 지급 상한이 정해져 있다. 공무원 임금 등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금이 삭감될 경우, 결국 ‘임금삭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국민들이 공무원들과의 형평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아직 공식화 된 논의는 아니지만 노조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의견이 많았다”며 “보수와 퇴직금이 낮고 산업재해가 적용되지 않는 등 각종 제약이 있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이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각종 불이익 제도들 형평에 맞춘다면 국민연금과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조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공무원연금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며, 11월 경 1차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일부 보수언론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의 경우 23일자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노조가 막으면 국민도 참지만 않을 것’이라는 사설을 통해 “국민도 국민연금을 후하게 받고 싶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받는 것”이라며 “공무원노조는 그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 국민들 속을 긁어놓는 행동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보수언론이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부자증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연금 재원 관련해 이런 논리라면, 현재 선진국들은 다 파산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OECD평균 공적연금 지출율은 8.4%지만, 한국은 0.9%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연금은 최악의 연금이다. 국민들과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최소 50%에 맞추자는 것”이라며 “기초연금,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그렇기 때문에 우선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적연금에 대한 중장기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 속에서 공무원연금을 같이 논의해 보자는 취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