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송전탑이 세워지고 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주민들은 굴하지 않고 “송전탑 자진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오후 1시 대구시 중구 동인동 한전 대경건설지사 앞에는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반대 주민 10여 명, 연대자 20여 명이 모여 ‘돈만 아는 저질 한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23호 철탑 조립이 완료됐지만 우리는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한전은 다 끝난 일처럼 ‘주민 위로’니 ‘마을 봉합’이니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았다”며 “경찰을 통해 돈으로 주민을 매수하려 했고 이 때문에 한전과 시공사, 경찰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송전탑 공사는 철탑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정의와 마을의 평화가 세워지는 날 끝날 것이다. 싸움은 오늘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변홍철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한전이 전원개발촉진법을 등에 업고 수십 년 동안 무소불위로 생존권을 짓밟았지만, 밀양과 청도의 투쟁으로 상황은 뒤집혔다”며 “이제 전국에서 참기만 했던 송전탑 피해 주민도 용납하지 않는다. 송전탑 공사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안 먹힐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활동가는 “한전 직원들에게 공사를 강행하고 할머니들과 싸우면서 행복한지 묻고 싶다. 아돌프 아이히만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유대인을 학살했다”며 “한전 직원도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집회 마지막 무렵 삼평1리 주민들은 “오늘은 모형을 부수지만 다음에는 송전탑을 부술 것”이라며 송전탑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한편, 현재 청도 송전탑 공사는 송전탑 간 전선을 연결하는 가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전 대경건설지사 관계자는 “공사는 11월 말경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7월 21일 새벽 5시 직원 1백여 명, 경찰 5백여 명을 동원해 2년간 중단됐던 청도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바 있다.
9월 초,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들에게 1,700만 원을 봉투에 나눠 담아 돌렸다가 큰 논란이 됐고, 관련 수사 중 이현희 서장이 직위해제 됐다. 이와 함께 이강현 전 한전 대경건설지사장도 직위해제 돼, 현재 한전 대경건설지사장 직은 김성암 한전 남부건설처장이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