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도송전탑 공사현장 방문, ”11월 초 공사 중지 여부 결정”

변호인 측 ”현장 방문은 이례적...신중한 심리 기대

공사중지가처분신청 한 달 만에 재판부가 청도 송전탑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2일 오후 4시 30분, 대구지법 제20민사부(부장판사 손봉기) 소속판사 3명과 법원 관계자 6명은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공사현장(432-2번지), 22~23호 간 송전선로와 헐티로의 교차지점, 삼평1리 주민 주거지 부근을 차례로 방문해 현장검증했다.


현장검증에는 주민 빈기수(50), 이은주(47) 씨와 주민 측 변호인 박경찬, 김도현, 이승익 변호사(법무법인 참길)가 동행했고, 한전 측에서는 송전선로 건설 업무를 총괄하는 오장만 한전 대경건설지사 송전개발팀장이 나왔다.

손봉기 판사는 현장검증 중 박경찬 변호사의 브리핑을 받으며 주민들의 주장과 한전 측의 해명을 고루 들었다.

박경찬 변호사는 “신고리 3호기의 완공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공사가 시급하지 않다. 22호와 23호 송전탑 사이의 송전선로는 지방도로를 건너 주민들의 농경지를 지나친다. 인근에는 주거지역도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며 “22호와 23호 송전탑의 거리가 멀어 전선도 아래쪽으로 많이 쳐져 더욱 피해가 클 것이고, 심리적으로도 큰 압박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주거지와도 150~200m가량 떨어져 있어 주민들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오장만 송전건설팀장은 “송전선로는 법령상의 설계기준에 따라 설계해 안전하다. (배전선로에) 절연장치를 한 것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이지 전선이 처진다고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민 건강 피해 관련해서는 “삼평리와 같은 조건의 지역에서 자기장 영향을 실측한 결과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전자계 수치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다. 건강과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은주 씨는 "육체적 영향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도 심하다. 22호기의 경우 2012년에 세워졌는데 한전이 급하게 세우다보니 장마기가 되면 산사태가 일어나서 매년 보수작업도 해야 한다"며 "주민을 무시하고 공사했다. 안정성이나 공사관련한 주민설명회도 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손봉기 판사는 현장검증을 마치고 “10월 17일 심리를 종결 후 면밀하고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내달 초 중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결정 전에 공사가 완료될 수도 있느냐는 <뉴스민>의 질문에 손봉기 판사는 “공사 완료 전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전 측은 “가선작업은 기후 등 변수가 없으면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선작업이란 송전탑에 송전선을 걸고(연선작업) 송전선을 팽팽하게 당기는(긴선작업) 작업이다.

박경찬 변호사는 “재판부가 현장을 검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고무적이다. 더욱 신중을 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평리 주민 10여 명은 오후 4시 약식 집회를 열고 한전의 공사 강행을 규탄했다.

변홍철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송전탑은 경찰의 폭력과 검은돈이 세웠다. 공권력과 돈 없이 공사할 수 없어 국민을 매수하며 공사를 강행했다”며 “하지만 굴복하지 않고 6년간 싸운 덕분에 부당한 공사를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의 방문 소식에 삼평2리의 주민들도 현장을 찾았다. 방병문(64) 씨는 “22호기 송전탑에서 40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2012년 22호가 세워질 때부터 헬기 진동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천부지라서 선하지 보상도 못 받지만 받는다 하더라도 선하지 보상으론 실질적인 보상이 안 된다”며 “경찰이 뒷돈을 주려고 할 리가 없는데 그렇게 한 것은 공사가 정당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말

박중엽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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