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제1의 과제로 '부정수급 척결'을 제시하면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열악한 복지재원을 부정수급 단속을 통해 확보하겠다면서, '정부합동 복지부정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실제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정부의 기조에 맞춰 여당은 국정감사에서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심각한 복지 부정수급 실태를 지적하고 부정수급 근절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부정수급액, 부정수급 인원이 전체 복지 규모와 비교해 극소수였으며, 상당수 부정수급 사례가 도덕적 해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먼저 이날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정수급 실태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0년부터 5년간 3만 4011명이 308억여 원의 수급비를 부당하게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5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수급자가 53만 8708명,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수급자는 2086명이었다.
김 의원은 “현행 최저생계비 수준을 감안했을 때,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오거나 2대 이상의 차량 등을 보유한 수급자들은 은닉한 소득, 재산 또는 누락된 부양의무자 등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대포차 범죄 피해자가 '부정수급자'로 둔갑?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정수급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비정기적인 일용근로 소득과 부양의무 기준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도덕적 해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부정수급 환수액 상위 1위인 ㄱ 씨(52세), 상위 5위인 ㅁ 씨(56세)는 미신고된 일용근로사실이 확인돼 부정수급 처리됐다. 환수액 상위 2위 ㄴ 씨(55세)와 4위 ㄹ 씨(54세)는 부양의무자 재산이 변동되었거나 자녀의 취업 사실이 확인돼 부정수급자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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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표적 부정수급 사례로 언급되는 차량 소유 문제도 수급자들의 재산이 많아서가 아닌, 자동차 매매상에게 명의를 도용당하거나, 차량을 처분하고 명의를 정리하지 않는 등의 착오로 생겨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차량 소유 80대로 수급자 중 차를 가장 많이 갖고 있었던 A 씨는 노숙 당시 자동차 매매상에 명의가 도용됐으며, 29대로 차량 소유 상위 2위인 B 씨는 지인이 명의를 빌려 대포차를 만들어 팔았다. 다섯 번째로 많은 12대의 차를 보유한 E 씨 또한 자동차 매매상이 그의 명의로 대포차를 판 경우였다. 소유 차량이 5대 이상으로 상위 10위 내에 있는 부정수급 사례 중 대부분이 이런 대포차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김 의원은, “상식적으로 재벌이라 해도 차를 80대나 가지고 있을 리 없지 않냐”며 “이들은 돈이 많은데 수급자로 가장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명의를 도용당한 수급자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부정수급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과도하게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이런 의도적 여론 몰이와 개선되지 않는 제도 때문에 부정수급자로 낙인찍힌 수급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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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현숙, 김성주, 양승조 의원 [출처: 의원 공식 사이트] |
"부정수급 심각? 복지 총액 대비 미미한 수준!"
전반적인 부정수급 규모도 심각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3년 주요 복지사업의 부정수급 현황’을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전체 135만 1000명의 수급자 중 부정수급자는 0.76%인 1만 222명에 불과했다. 부정수급 금액도 72억 원으로, 전체 수급액 3조 3297억 원의 0.22% 수준이었다.
다른 복지제도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정수급자 비율이 1%를 넘긴 경우는 기초노령연금(현 기초연금) 뿐이었으며(1.14%), 긴급복지지원 0.91%, 국민연금과 의료급여는 각각 0.003%, 0.005%로 부정수급자 비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또한, 각 복지사업별 소득·재산 확인조사도 매년 강화되고 있어, 이미 복지 급여 지급 기준이 상당히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 의원이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요 복지사업 수급자 전체에 대해 연 2회 소득·재산(금융) 확인조사를 시행해 지난해만 25만 136명의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2012년의 12만 9474명보다는 약 두 배 정도 증가했다.
양 의원은 이러한 추세 때문에 실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기초생활보장 수급에서 탈락한 이가 총 62만여 명으로, 신규 수급자 41만여 명보다 1.5배 많다고 13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밝히기도 했다.
양 의원은 이처럼 강화된 확인조사 때문에 "과거와 같은 악의적인 부정수급자는 나타나기 어렵다"며 "사각지대 발생의 원인인 부양의무가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집행률이 50% 수준에 머무르는 긴급복지지원을 확대하는 등 기초생활수급에서 소외받는 비수급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데 복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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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