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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
강남구청에서 고용한 젊은 용역반들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노점상을 덮친다. 리어카를 빼앗고, 부수고, 엎어뜨린다. 노점상들은 리어카를 움켜잡고 버텨보지만, 여든이 다 된 노인이 젊은이의 완력을 이겨내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매일 다치고 빼앗기고 비명을 지른다. 그러면서도 골병든 몸을 이끌고 다시 강남역을 찾는다. 그들에게 강남역 거리란, 30년의 세월을 지탱해준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매일 들이닥치는 용역반, ‘기업형 노점’이라 비난하는 강남구청
“세상에 어느 부모가 내 자식새끼 노점을 시키겠어. 내 자리는 딱 하나야.”
5일 저녁, 강남역 11번 출구 대로변. 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수십 개의 노점상들이 눈에 띄게 줄어 있다. 대신, 노점 천막 한 곳에 서너 명의 노점상들이 들어가 북적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합동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매일매일 들이닥치는 용역반들 때문에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내기 어려운 까닭이다.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었던 10월 17일 새벽, 강남구청은 용역반 100여명을 동원해 노점상에 들이닥쳤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했고, 노점상들은 몸을 다쳤다. 그 날 얼굴에 상처를 입은 이영순(64) 씨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 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1월 2일과 3일, 4일까지, 용역반은 매일매일 노점을 덮쳤다.
강남역 씨티극장 앞, 합동장사를 하고 있는 천막 안에서 노점상 윤춘애(79) 씨를 만났다. 윤 씨에게 강남역 노점 철거 상황을 묻자, 단번에 울분에 찬 말들을 쏟아낸다. 그녀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가와 길바닥에서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 30년 가까이 강남역 거리에서 노점상을 운영중인 윤춘애(79) 씨. |
“어제도, 엊그제도, 주말에도 용역들이 들이닥쳤어. 노점을 오래 했는데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아. 신연희(강남구청장)가 우리를 죽이려고 독기를 품었어. 요새 한 달이면 리어카 스무 개 정도가 부서져. 그래서 우리는 리어카도 좋은 걸 못써. 언제 빼앗기고 부서질지 모르니까. 리어카가 부서지면 개인이 돈을 들여야지. 돈이 없으니까 빚을 얻어서 고치기도 하고. 리어카 하나도 몇 백 만원 하거든. 그런데 어떡해. 죽을 수는 없잖아.
요즘에는 용역들이 리어카를 빼앗아가지 않아. 그냥 쓰러뜨려버리지. 그럼 팔고 있는 음식들, 공산품들이 다 길거리에 내팽개쳐지고, 리어카는 부서지잖아. 그걸 보고 있어야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 몸도 성하질 못하지. 우리는 힘이 없는데 문신까지 한 젊고 무서운 용역들이 밀어대면 넘어질 수밖에 없잖아. 작년 10월 쯤 용역반이 들이닥쳐서 나를 넘어뜨렸고, 그 위로 누군가가 또 넘어 진거야. 당시 다리 연골을 수술한 상태였는데, 병원에 가보니 다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근데 아직 못가고 있어.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병원에 입원을 해”
노점상들은 강남구청의 마타도어로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입는다. 강남구청은 강남 거리의 노점상들을 ‘기업형 노점’이라고 비난한다. 한 명이 여러 개의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은 소문을 낳았다. 노점상들이 한 달에 수 천 만원을 쓸어 담으며 벤츠까지 타고 다니더라는 소문이 퍼졌다.
“기업형 노점이라고? 세상에 어느 부모가 내 자식새끼 노점을 시키겠어. 말도 안 되는 얘기야. 나도 내 자리 딱 하나야. 몇 개 씩 하지 않아. 한 달에 수천을 번다고 그러는데, 자기들이 와서 직접 장사를 해 봐야해. 떡볶이 1인분에 3천 원이야. 100인분을 팔아야 30만원을 벌어. 상식적으로 어떻게 우리가 수 천만 원을 벌 수 있느냔 말이야. 나는 관광도 가 본적이 없고, 메이커 옷도 입어 본 적이 없어.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나온 거야. 하루 밥 두 끼도 고맙고 감사하게 먹으면서 살아. 기업형? 적당히 들 해야지.
내가 내일 모레면 여든인데, 이 곳 아니면 갈 곳이 없어. 죽어도 여기 묻힐 거야. 우리는 진짜 먹고살 길이 없어서 이걸 하는 거야. 강남도 3년 전이랑은 많이 달라졌어. 강남이라고 다 잘사는 것도 아니고 강남도 많이 가난해졌어. 요즘은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열더라고. 우리가 무조건 우기는 건 아니야. 질서 있게,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야. 우리가 세금도 내겠다잖아. 세금도 낼 테니 그냥 여기에만 있게 해달라고”
이명박-오세훈의 ‘디자인 거리’ 조성, 폭력 단속 활개
‘디자인 거리’로 민간기업은 특혜, 노점상은 내쫓겨
윤춘애 씨가 강남역 길 위에 처음으로 좌판을 펼친 것은 1986년.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을 강남 대로변 위에서 흘려보냈다. 처음에는 1남 2녀를 키워내기 위해, 지금은 홀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노점을 한다. 윤 씨가 사는 곳은 성남이지만, 30년의 생활터전은 이 곳이기에 그녀는 강남 토박이나 다름없다.
“86년부터 시작했으니 30년이 됐지. 이 자리가 나에게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야. 새끼들 가르치고 먹여 살린 곳이지. 처음에는 꽃 장사를 했는데 한 15년 정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모자 장사로 바꿨어. 내 딸이 벌써 마흔이 됐으니 세월이 많이 흘렀네. 너무 슬픈 게, 내가 딸을 낳고 바로 노점상을 하러 나왔어. 국민학교 입학식, 졸업식, 운동회 아무것도 못 갔어. 그게 너무 불쌍해. 딸은 엄마 고생한다고 대학에도 안 갔어. 항상 미안하지. 그래도 지금은 경남 하동으로 시집가서 야무지게 잘 살아”
윤춘애 씨는 강남역에서 노점을 하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모두 거쳤다. 엄혹한 시절을 지나왔지만, 당시만 해도 노점 단속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폭력적인 노점 단속이 상시적이고 빈번하게 이뤄진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부터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9년, 강남역을 ‘디자인 거리’로 만들겠다며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까지 760m의 구간을 ‘U-스트리트’로 조성해, 높이 12.3m에 달하는 22개의 미디어폴을 거리에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당시 공사로 강남역 거리의 노점상들은 모두 내쫓겼다. 약 2년간 노점상들은 일손을 놓고 생계에 허덕였다. 반면 무려 85억 원을 쏟아 부은 미디어폴의 운영권은 민간 기업에 무상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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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
“2009년에 이명박이 디자인 거리를 만들겠다고 할 때, 서울시에서 300명의 용역반이 나왔어. 용역들이 내 몸을 붙잡고 리어카부터 모든 물건을 다 빼앗아 가 버렸어. 거기에 가방이 있었거든. 열쇠랑 신발이랑 교통카드랑 현금 80만원이 들어있던 가방이야. 그래서 가방만 내려달라고 사정을 했는데 그냥 다 가져가버리더라고. 가방도 돌려받지 못했어.
그리고는 2010년까지 거의 2년 동안 일을 쉬었지. 강남 디자인 거리를 만든다고 공사를 하니, 노점들은 먹고살 길이 없잖아. 그래서 2010년 월드컵 때 물건(월드컵 용품)을 팔려고 나왔어. 조그맣게 좌판을 폈는데 밤에 빼앗아가 버렸어. 보름 있다가 돌려주겠대. 근데 그 때 지나면 못 파는 물건이잖아. 팔지 못할 거면 뭐 하러 받아. 어버이날에도 꽃 좀 팔러 나왔는데 그것도 다 가져가 버렸어. 2년 쉬는 동안 나는 계속 강남역으로 나왔어. 너무 기가 막혀서 매일 강남역으로 나와서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가곤 했어”
“노점 쓰레기라고?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노점상으로 태어난 건 아니잖아”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해, 불법 광고물, 불법 노점상, 쓰레기 무단투기, 불법 주정차, 불법 건축물, 불법 퇴폐업소 등 5대 분야를 불법, 무질서 추방 과제로 선정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나가겠다고 선포했다. 노점상들은 강남구청과 대화를 원했지만, 구청은 문을 걸어 잠갔다. 면담에 응하지 않던 강남구청은 대화 대신 ‘강제 철거’의 칼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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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
“빼앗긴 물건을 찾으러 구청을 가면, 담당 주임은 나를 보고 무조건 죽이겠다고 해. 얼마 전에도 강남구청 화장실 앞에서 마주쳤는데 나보고 죽이겠대. 그래서 죽이라고 했어. 나도 죽고 너도 죽자고. 우리가 그렇게 강남구청장 면담 좀 하자고 요구했는데 절대 안 해줘. 우리가 가면 우선 셔터부터 내려. 경찰만 불러대고. 신연희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해. 대로변이 아닌 뒤편 골목으로 가서 장사를 하래. 여기 25대 중 11대가 거기로 올라갔어. 근데 차가 너무 많이 다니고 위험 한 거야. 사고도 나고 장사도 안됐어. 그래서 다시 내려왔지. 그럴 거면 차라리 우리를 섬에 보내는 게 나아.
나는 사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고 좋아했어. 아버지 때부터 존경했거든. 신연희가 강남구청장 됐을 때도 좋았어. 여자가 구청장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거든. 근데 그게 아니었어. 신연희는 우리보고 쓰레기래. 노점 쓰레기. 살기 위해 나와 장사하는 사람한테 쓰레기라니.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해도 해도 너무해. 우리도 세금 내는 시민이야.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노점상으로 태어난 건 아니잖아. 자식들 먹여 살리려고 나온 건데, 이렇게 우리를 짓밟아도 되는 거냐고. 너무 원통하고 분해”
노점 단속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스물다섯 개의 노점상들은 공동대응에 나섰다. 시민사회와 함께 강남역 거리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농성장은 계속 철거됐고, 결국 컨테이너 박스가 임시 농성장으로 설치됐다. 노점상들은 벌써 한 달 하고 7일 째, 강남역 거리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5일 저녁,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 연대 단체들이 컨테이너 박스에 색색으로 옷을 입혔다. 혹시 모를 행정대집행에 대비해, 연대 단체와 노점상들이 농성장 앞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들은 언제 용역반이 들이닥칠지 몰라 매일매일 불안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기금 마련하려고 합동장사를 하고 있어. 여기서 밤 새 있을 건데,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어제도 리어카 한 대 빼앗겼어. 억울해. 우리한테는 그게 전 재산이거든. 지금 우리 사무국장이 감옥에 가 있어. 공무원을 때리지도 않았는데 때렸다면서 감옥에 데리고 갔어. 얼마나 착했던 사람인데. 감옥에 간 지 벌써 두 달이 넘어 버렸네. 용역이랑 싸우면 벌금이 몇 십 만원에서 몇 백만 원까지도 나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야. 계고장도 안 붙이고 갑자기 찾아와서 부숴버려. 법도 뭐도 없어.
공무원은 우리를 때려도 되고, 우리는 공무원 때렸다고 구속되는 게 대체 어느 나라 법이야. 용역들은 쇠망치나 절단기 같은 흉기를 들고 다녀도 괜찮대. 용역이 든 건 무기가 아니고, 우리가 들면 무기래. 사유 재산 빼앗고 노점상 엎어버리는 것은 죄가 아니야? 우리가 죄가 있으면 돈이 없어 빌어먹은 죄 밖에 없어. 강남구청은 수 억 들여서 용역을 사. 근데 어느 나라도 노점 없는 나라가 없어. 우리가 세금도 내고 깨끗하고 질서 있게 장사 하겠다고. 제발 물건만 빼앗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