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이 같은 선고이유에 대해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피청구인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를 두고는 “위헌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은 희생될 수 밖에 없으므로 피청구인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당해산 반대의견을 제시한 김이수 재판관은 “정당해산의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피청구인에게 은폐된 목적이 있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피청구인의 강령에 나타난 진보적 민주주의 등 피청구인의 목적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산을 반대했다. 또 “경기도당 주최 행사에서 나타난 내란 관련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만 그 활동을 피청구인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수 없고 그 밖의 피청구인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선고에서 자주파로 통칭되는 인발당원과 분리된 주도세력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당 주도세력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목적과 활동을 했다며 정당 전체 해산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 주요 요지에서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자주파에 속하고 그들의 방침대로 당직자 결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며 당을 주도하여 왔다”며 “주도세력은 과거 민혁당 및 영남위원회, 실천연대, 일심회, 한청 등에서 자주민주통일 노선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북한과 연계되어 활동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였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북한 관련 문제에서는 맹목적으로 북한을 지지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주의로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설정했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두고는 “피청구인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고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건이나 중앙위원회 폭력 사건을 일으키는 등 활동을 해 왔다”며 “이러한 활동은 유사상황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피청구인 주도세력의 북한 추종성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여러 활동들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실질적 해악을 끼칠 구체적 위험성이 발현된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특히 “내란 관련 사건에서 피청구인 구성원들이 북한에 동조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피청구인의 진정한 목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다수의견에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목적이 1차적으로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최종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는 법정의견의 판단이 정당해산심판 사유를 엄격하게 해석 적용한 결과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피청구인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구조적이고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하고 있다 하더라도 단순히 확립된 질서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는 민주 국가에서 금지되는 행위가 되지 않는다”며 “피청구인이 현존하는 정치경제 질서에 부정적 의사를 표시하고 선거를 통한 집권 이외에 예외적으로 헌법질서가 중대하게 침해받는 경우 저항권에 의한 집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폭력적 수단이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수단으로 변혁을 추구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정신과 시각이 북한과의 연계나 북한에 대한 동조라는 막연한 혐의로 좌절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김 재판관은 심판청구 기각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기 위한 것이며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전체주의의 빗장 열어”
헌재 선고 직후 이정희 당대표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앞에서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지고,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며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고 규탄했다. 이정희 대표는 “오늘 정권은 진보당을 해산시켰고 저희의 손발을 묶을 것이지만 저희 마음속에 키워 온 진보정치의 꿈까지 해산시킬 수는 없다”며 “종북몰이로 지탱해온 낡은 분단체제는 허물어질 수밖에 없고, 진보당과 국민여러분이 함께 나눴던 진보정치의 꿈은 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통합진보당 소송대리인단 역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자 헌법재판소 자신에 대한 사망선고”라며 “우리 사회의 주류적 입장과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해서 정당을 정치공론의 장에서 추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포기이자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은 “독재정권에 의해 유린당한 우리 헌정사의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모든 국가작용이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소임”이라며 “오늘 결정은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에 대한 불신에 근거한 것으로서 이는 곧 헌법재판소의 존립근거에 대한 부정”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1년간의 재판 결과 통합진보당이 직접 북한과 연계되거나 폭력혁명을 추구 하였다는 점이 밝혀진 바 없고 민주주의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이고 급박한 위험성이 초래한 바가 없음도 밝혀졌다”며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종북공세와 여론몰이에 편승해 해산결정을 해 과연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심판하였는지 증거에 의해 심판하였는지 양심에 따라 심판하였는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는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의지 및 태도와는 달리 오로지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소수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여야 할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문명국가의 정당해산 기준을 외면하고 ‘국가가 나서서 반대파를 제거하는 나라’의 길을 선택해 대한민국이 진보정당이나 비판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후진국가로 전락시켰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번 선고와 동시에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의원직은 상실됐으며 지역구 의원이 있었던 지역은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광역시도의원 등의 공직자들에 대해선 청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만 밝혀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