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리스행동은 14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홈리스 의료 현실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
지난 2일 오후 11시 50분께 두부손상 출혈로 쓰러진 신아무개 씨(38)는 구급대로 안산 H병원에 후송됐으나, 병원 측은 신 씨가 상습 주취자(술 취한 사람)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구급대원들은 H병원에 재차 진료를 요청하는 한편 근처 2개 병원에도 진료 여부를 물었으나 이들 병원은 신 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경찰, 안산시청, 홈리스 쉼터 등에도 신 씨의 신병 인수를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안산 인근 병원 등을 전전하던 신 씨는 3일 오전 5시께 H병원에 입원했지만, 뇌출혈이 심해져 입원 7시간 만에 숨졌다.
이에 홈리스행동은 14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홈리스 관련 의료제도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의료보호 사업,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노숙인복지법)에 근거한 노숙인 1종 의료급여 등이 있다. 그러나 지자체 의료보호 사업의 경우 일정한 거주지가 없고 부양의무자가 없는 등 요건을 충족한 응급환자만 지원받을 수 있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도 3개월 이상 시설 거주 요건과 건강보험 미가입 혹은 6개월 이상 체납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만 신청할 수 있는 등 의료제도과 포괄하는 홈리스의 범위가 좁다.
홈리스행동은 또한 이들 제도가 본인부담금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어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지정병원을 한정해 의료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안산지역에서 노숙인 1종 의료급여로 진료받을 수 있는 지정병원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제도적 문제가 이번 사건과 같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낼 수 없는 홈리스 진료를 꺼리는 상황을 낳았다고 지적하며, 국가가 나서서 홈리스 의료대책을 전면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상임활동가는 “홈리스 의료제도의 까다로운 조건과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신 씨는 제도적인 살인을 당한 것”이라며 “정부는 홈리스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지하게 노력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홈리스들은 의료의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대희 사무국장은 “두부 출혈이면 응급 증상으로, 의료법에서는 응급상황의 환자를 거부해선 안 된다. 그러나 상습 주취자라는 이유로 병원이 신 씨의 진료를 거부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공공 의료가 없는 상황에서, 노숙인의 진료를 돈벌이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민간 의료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게 문제”라며 “공공이 나서서 노숙인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 홈리스행동은 14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씨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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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