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국제민주연대, 참여연대 등 단체는 16일 오전 서울 방위사업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에 대해 대 터키 최루탄 수출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에 의하면, 한국 최루탄 생산업체는 지난 해 10월 터키 당국이 낸 최루탄 190만 발에 대한 입찰을 따내 초도 물량을 1월 중순까지 선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진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루탄 수출 허가권을 가진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1, 12월 사이 터키에 대해 최루탄 약 165만 발에 대한 수출을 허가한 상태다.
그러나 단체들은 “터키 당국이 2013년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직격으로 최루탄을 발포해 사망자와 부상자 다수를 내는 등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면서 한국에서 수출한 최루탄으로 인해 인권 침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일례로 터키 당국은 2013년 5월 말 게지 공원 재개발 문제로 촉발된 시위과정에서 시위대에 무차별적으로 최루탄을 난사하여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직사 발포된 최루탄에 맞아 숨진 14세 소년을 포함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시력을 상실한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위 현장의 밀폐된 좁은 공간과 의료시설에도 최루탄이 투하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바레인으로의 한국산 최루탄 수출 때문에 국제적인 비난을 받자 잠정적으로 최루탄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다시 터키로의 최루탄 수출허가 신청을 모두 승인한 상태다. 방위사업청은 “사용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인권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으나 단체들은 터키 정부의 인권 침해 관행을 돌아보면 무의미한 약속이라는 시각이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올 5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의 최루탄이 어떻게 쓰일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터키 앙카라에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 수출에 반대하라고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며 “민주사회에는 최루탄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그들의 외침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 코디네이터는 또 “수출허가 기준이 엄격하다면 바레인에서도 한국이 인권 탄압 국가라는 오명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허술한 수출허가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터키 현지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 등 시민단체 다수가 16일(현지시각) 주 터키 한국대사관 앞에서 진행할 예정인 기자회견에 연대하여 진행한 것이다. 기자회견문에 의하면, 무랏 세킥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 국장은 “한국 정부가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최루탄을 포함한 시위진압장비를 터키로 수출해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조하는 수치스러운 파트너 국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