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알바천국과 알바몬 등 구직사이트에 등록된 고시원-독서실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100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사업장은 100곳 중 12곳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 시급은 고작 2,278원. 법정 최저임금인 5,180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숙식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시급이 1천원인 곳도, 무급인 곳도 있다.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부터 24시까지 다양하며, 평균 노동시간은 9.76시간이다. 휴무는 월 1~2회, 월 평균 임금은 36만 4천 원이다.
고시원 아르바이트 노동자 K씨(32)의 경우, ‘한 달 임금 51만 원, 숙식 제공, 주7일 8시간 근무’라는 고시원 구인 광고를 보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가족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일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도 할 수 있다. 남는 시간이 많다’는 구인 광고 문구에 마음이 혹하기도 했다.
고시원 사장은 면접을 보러 간 K씨에게 숙박은 사무실을, 식사는 밥과 김치, 김, 라면, 삼분카레를 제공한다고 했다. 일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그리고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총 8시간이었다. 하지만 사장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근무에,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를 휴게시간으로 하자고 했다. 임금을 월 51만원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K씨는 “일을 시작하니 총무일과 택배수령, 전화 및 방문 입실문의, 화장실과 사무실 청소, 주방정리, 밥 짓기, 입실료 수불, 주차장 관리, 순찰 등 계속 체크해야 하는 업무였다. 각종 민원도 이어졌고, 사무실에서 취침을 하고 있으면 입실자가 문을 두드리며 민원을 넣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막상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월급 51만 원 중 휴대폰 요금, 밥 값, 책 값 등을 쓰면 남는 돈이 없다. 하루에 1만 7천원, 시급 2,125원으로 최저임금의 반도 안 되는 임금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바노조는 22일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에 고시원, 독서실 아르바이트와 관련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고시원 아르바이트 노동자 K씨는 이날 노동청에 체불임금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K씨는 “거의 모든 고시원이 비슷한 조건이다. 총무 일은 꾸준히 관리를 해 주는 업무지만, 자기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의 반도 안 되는 임금을 줘도 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나는 고시원 총무로서, 근로자로서 8시간을 일했다. 8시간 근로를 했다면 그에 대한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최소한의 권리인 최저임금을 근로기준법에 맞춰 되찾기 위해 진정서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최승현 노무사는 “고시원, 독서실, 학원 총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근로조건을 상담하는 사례가 많다. 숙식을 제공하고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임금을 적게 지급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라며 “고시원, 총무, 독서실 총무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당연히 최저임금법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을 위반한 1백 여 건의 사례와 관련해 노동부는 시급히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