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침탈 공무집행 '적법 4, 부적법 3'

김정훈 전 위원장 국민참여재판,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법원이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진입 경찰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전교조위원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3일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위원장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렸다. 이 형이 확정될 경우 김 전 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교사직을 상실한다.

민주노총 침탈이 적법한 공무집행?

재판부는 쟁점이 됐던 체포영장 직무집행 적법성 여부에 대해 “체포 대상자들의 통화 내역, 언론보도 등에 근거해 이들의 민주노총 은신 개연성이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 수색의 필요성과 긴급성에 비추어볼 때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정훈 전 전교조위원장이 선고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논란이 된 과잉 병력 배치 관련해서도 “체포 영장의 집행을 저지하는 인원과 그 정도를 볼 때 소방관을 불러 출입문을 해지하고 상당 인원 경찰을 동원해 건물에 진입한 뒤 수색한 행위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일어났으므로 형사소송법 199조 1항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사건 배심원들의 유무죄 관련 평결을 살펴보면 최고 쟁점으로 떠올랐던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 수색이 가능했는지 여부’와 ‘구속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건물주의 허가 없는 잠금장치 해제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7명의 배심원 가운데 공무집행으로 적법하다는 의견을 낸 배심원과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낸 배심원이 각각 4:3으로 갈리는 등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민주노총 침탈 전날인 2013년 12월 21일 경찰이 신청한 민주노총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상황에서 체포영장만으로 민주노총을 침탈한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 적법 4: 부적법 3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이후 수사기관의 과도한 수색 등에 따른 즉,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민주노총 사무실의 잠금장치 및 집기 등의 손괴, 최루액 난사 등에 관한 법적 책임 문제는 별도로 논해질 수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판례에 따르면 “공권력 행사의 방법 또는 수단 등이 직무상 의무에 위반하여 국민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그 행위 전체를 위법한 것으로 평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서울고법, 2006나68348)”고 명시되어있다.

재판부는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 과정에서 드러난 ▲변호인 참여권 제한 ▲야간 집행제한 위배 등 쟁점 사안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경찰이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경향신문 출입문을 제거, 건물을 수색한 행위는 적법한 내용이며 부당한 침해가 아니므로 김 전위원장의 정당방위는 성립하지 않으며 정당행위 역시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한 행동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갖지 못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전 위원장의 양형 관련 “체포영장집행을 방해하고 위험한 물건인 유리조각을 던진 것은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무력화 시키는 범죄행위”라면서도 “피해 상해를 입힌 행위가 다소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상해가 깊지 않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양형에 참고했다”고 밝혔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의 경우 최소 징역 3년형이지만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한 것이다.

배심원들의 평결 의견을 살펴보면 김 전 위원장의 ‘과잉방위’가 인정된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 역시 3:4로 대립했다. 경향신문 현관 대형 유리문이 깨지면서 온 몸으로 유리조각을 맞은 김 전 위원장이 극도의 흥분과 불안 상태에서 방어 행위 강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 역시 있었다는 것.

“우리 인권 수준에 맞는 판결 기대하며 항소”

이번 재판은 지난 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검찰은 재판 마지막 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같은 날 배심원 평의까지 마무리됐지만 재판부는 ‘법리적 쟁점을 재검토하겠다’는 이례적 결정을 하며 선고를 미룬 바 있다.

  전교조는 판결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항소 입장을 밝혔다. [출처: 전교조]

전교조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철도라는 공공재를 자본에 넘기려는 시도에 맞선 철도파업을 탄압한 정부가 100여명이 지키는 건물에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것이 이번 사건의 진실”이라면서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변론을 맡은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판결은 수색영장 없는 체포영장의 적용 범위를 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고 당연히 이겼어야 할 사건이지만 변호인이 배심원과 재판부에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부족했다고 여긴다. 우리의 인권 수준에 맞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하며 항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 전 위원장도 “체포영장 만능주의를 인정한 판결이 아쉽다. 깨지는 유리를 온 몸으로 맞으며 두려웠고 그 상황이 정상 참작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체포영장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 상황을 누군가는 책임져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최종심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어제 학교 복직 뒤 첫 수업을 하고 오늘 직 상실 선고를 받으니 착찹하다”면서 끝까지 응원해주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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