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공무원, ‘연금개악 반대’ 도심 집회...사상 첫 도로점거

2차 총궐기대회 열려...‘실무기구’ 참여 놓고 이견, ‘미묘한’ 분위기

전국 8만여 명의 공무원들이 2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공원으로 상경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벌였다. 지난해 11월 1일에 이은 두 번째 서울집중 대규모 집회다. 당시는 12만 명의 공무원들이 상경해 정부 불신임 선포와 전 국민적 투쟁을 결의했다. 이번 집회 역시 ‘국민연금 강화와 공무원연금 개악저지’를 내건 총궐기 대회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집회 내내 연금개악 저지 계획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이견 차이가 드러나곤 했다.

[출처: 김용욱 기자]

이번 총궐기대회의 주최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다. 공투본에는 공무원노조와 공노총, 전교조, 교총 등 50여개 공무원단체가 포함돼 있다. 전교조를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은 그간 국회 대타협기구에 공동으로 참여해 왔다. 국회 대타협기구는 별다른 성과 없이 28일 활동시한이 끝난 상태다. 하지만 지난 27일, 대타협기구에 참여하는 공무원단체들은 여야와 실무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뚜렷한 합의 없이 대타협기구 활동이 종료될 경우, 국회 특위에서 연금 개악을 밀실로 강행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성과 못낸 국회 ‘대타협기구’...논란 일으킨 새정연은 사과조차 없어

지난 25일, 정부여당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까지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기습 발표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공무원노조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실 점거농성까지 돌입했다. 공무원노조는 긴급 중집을 열어 오는 4월 6~7일 총파업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의 4월 24일 총파업과 연계한 본격적인 투쟁 채비를 갖추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공투본이 27일 여야와 실무기구 구성에 합의하면서 공무원연금 논란은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출처: 김용욱 기자]

유영록 공노총 위원장은 28일 총궐기대회 투쟁사에서 거듭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국회 대타협기구에서 별다른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유 위원장은 “90일간의 대타협기구 활동 기한이 오늘로써 끝났다. 정말 열심히 했지만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것 외에는 이룬 것이 없다”며 “공투본 대표자로서, 대타협기구 위원으로서 드릴 말이 없다. 사죄하고 또 사죄한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대타협기구가 성과 없이 종료되고, 막판에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무원연금 개악안 발표로 공무원단체와 여야 정치권의 관계는 경색됐다. 애초 이날 총궐기대회에서는 여야 당대표 3인의 발언이 준비 돼 있었다. 국회대타협 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조원진, 강기정 여야 의원이 영상을 통해 연대발언을 하는 순서도 있었다. 하지만 당대표 및 대타협기구 의원 발언은 모두 취소됐다. 대신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무대 위로 올랐다.

유영록 공노총 위원장은 거듭 사과를 했지만, 일방적 개악안을 발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사과가 없었다. 심지어 홍종학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공무원단체와 더욱 연대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 부의장은 “정부여당의 반쪽연금 개악안을 철회하고, 만족할만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부능선을 넘어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저희와 여러분의 연대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 자리가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국 형 복지국가로 가는데 있어 사회적 대타협의 초석을 마련하는 역사적 자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무기구’ 참여 놓고 이견, ‘미묘한’ 분위기...사상 첫 ‘도로점거’

국회 대타협기구 구성 당시, 공무원노조 내부에서는 참여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존재했다. 전교조는 초창기부터 대타협기구 불참을 선언했다. 최근 대타협기구가 성과 없이 종료되며 실무기구 참여를 둘러싼 이견이 또다시 드러났다. 이충재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날 투쟁발언에서 ‘대화’와 ‘투쟁’을 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 위원장은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겠다. 투쟁만 한다고, 또는 교섭만 한다고 해서 우리 연금을 지킬 수 없고 공적연금을 강화시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그는 26일 공무원노조 중집에서 결정된 4월 6~7일 총파업 투표를 성사시켜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4월 6~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시켜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우리는 24일 공무원노조 비상 총회를 조직하고, 25일 서울시청광장에 10만의 함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재 위원장의 발언이 시작되자, 공무원노조 및 전교조 소속 조합원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실무기구 참여 반대’를 요구하는 피켓팅을 진행했다. 사회를 맡은 오성택 공투본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에 피켓 들고 계신 분들은 빠져 달라. 공투본 집회이지 여러분들의 집회가 아니지 않느냐”며 날을 세웠다.

[출처: 김용욱 기자]

반면 전교조는 실무기구 불참을 강력히 요구했다. 홍종학 부의장의 발언을 ‘사기극’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투쟁발언에서 “오늘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께서 우리 교사, 공무원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것에 대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정부와 새누리당에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마저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호소 드린다. 실무기구는 공무원연금을 개악 이후 공무원, 교사와 국민들에게 비난 받을 것을 두려워 이를 면피하기 위한 정치권의 꼼수”라며 “이제 정치판의 꼼수인 실무기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당한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 국민의 노후를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현재 전교조의 경우 민주노총 4.24총파업에 연가투쟁 방식으로 결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공무원노조는 4월 6~7일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민주노총 4.24총파업 결합 여부는 미지수다. 공무원노조는 내부적으로 24일 전국 지부별 비상총회 및 25일 서울 도심 집회 등의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미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기에, 민주노총은 4월 총파업을 선언했다”며 “연금개악을 막아낼 비책을 가지고 있다. 어물쩍 협상으로 돌파할 수는 없다. 미친 정부보다 더 미친 노동자 분노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투본은 집회 이후, 여의도공원에서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허가된 행진을 진행했다. 그리고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포함해 민주노총 지도부,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등 3천 명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은 여의도공원 앞 8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 및 집회를 열었다. 공무원노조가 미허가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출처: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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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연금 두배로!!

    재정긴축으로는 경기침체 못 벗어난다! 공적연금과 공무원연금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