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차벽위에 올라 절규한 유족들

“세월호 선장처럼, 대통령은 울부짖는 국민에게서 도망쳤다”

세월호 1주기를 맞은 4월 16일 늦은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서 고 최윤민 양의 언니 최윤아 씨는 무대 위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저희는 동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제발 저희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지 말아주십시오. 행동해 주십시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6만 5천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유족들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집회 후에는 대규모 도심 행진을 벌였다. 앞장 선 유족을 따라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나왔다. 경찰은 대형 폴리스라인과 차벽, 경찰 병력을 배치해 유족들의 행진을 가로막았다. 도심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여지없이 캡사이신을 살포했다. 발이 묶인 유족들은 결국 경찰 차벽 위로 올랐다. 공권력은 세월호 1주기를 추모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사진=김용욱 기자

세월호 1주기, 차벽위에 올라 절규한 유족들

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국화 꽃 한 송이씩을 들고 있었다. 문화제가 끝나면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 꽃을 헌화할 계획이었다. 문화제가 끝난 후 밤 9시 경부터 유족들이 앞장서 광화문 분향소로 향했다. 하지만 헌화 행렬은 분향소 바로 앞, 광화문 네거리에서 가로막혔다. 경찰은 대형 폴리스라인과 차벽을 설치하고 해산명령을 내렸다. 결국 유족과 시민들은 을지로 방면 청계천을 따라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 마저도 경찰 병력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청계천 다리에 병력을 배치해 행진을 가로막았고, 결국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길을 터 달라며 항의했고, 경찰은 캡사이신을 뿌렸다. 청계다리 위에서 한 시간 가량 밀고 버티는 몸싸움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시민들은 발길을 돌렸다. 종로3가를 거쳐 종각역 인근에 도착했지만 그곳에도 폴리스라인과 차벽, 경찰병력이 촘촘히 배치됐다. 경찰은 차벽을 쌓아두고 ‘시위대 때문에 교통이 마비됐다’며 해산을 종용했다. 경찰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또 다시 캡사이신이 살포됐다.

  사진=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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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경. 결국 유족들이 경찰 차벽 위로 기어 올라갔다. 고 김민지 양의 아버지 김창호 씨는 경찰버스 위에서 절규했다. “저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참사 이후, 정부는 유족들에게 아픔을 치유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갔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정부를 믿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어떻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습니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맞서겠습니다. 진실규명과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겠습니다. 끝까지 저희와 함께 해 주십시오”

고 김민지 양의 친한 친구였던 장예진 양은 세월호에서 탈출한 생존자였다. 예진 양의 아버지 장동원 씨는 민지 양의 아버지와 함께 경찰 버스에 올랐다. 장 씨는 “민지가 나를 큰 아빠라고 불렀다. 민지는 돌아오지 못했고, 우리 애는 살아왔다”며 “아이가 살았는데 어째서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유는 못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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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버스 위에 오른 유족들은 발언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유족들이 마이크를 잡을 때 마다, 번번이 경찰의 경고방송이 끼어들었다. 고 남세빈 양의 아버지는 결국 “당신들의 자식이 죽었대도 이럴 수 있느냐”며 악에 받친 분노를 쏟아냈다. 같은 시간, 70명의 유족들은 청와대로 향하기 위해 경복궁 진입로로 향했다. 시민들은 유족들을 만나기 위해 안국역 인근 인사동 길로 진입했으나 경찰 병력에 가로막혔다. 밤 12시 경까지 약 2천 여 명의 시민들이 인사동 길에서 경찰과 대치했으며, 이후 도심 곳곳에 흩어져 시위를 벌였다. 이날 충돌로 10명의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됐다. 유가족들은 광화문 분향소에 도착해 철야농성을 벌였다.

“세월호 선장처럼, 대통령은 울부짖는 국민에게서 도망쳤다”

세월호 참사 1년. 수 만 명의 시민과 유족들이 거리로 나와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어디에도 없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해외순방’에 나선 대통령을 향한 분노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자기만 살기 위해 세월호를 탈출한 선장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울부짖는 국민을 버리고 해외로 도망갔다”며 “이 나라에 대통령이 있나. 이게 국가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용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순방길에 오르기 전, 1년 만에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유족과 시민들의 공분만 샀다. 안산 합동분향소에 모여 있는 유족들의 눈을 피해, 홀로 팽목항에서 ‘정치쇼’를 했다는 비아냥거림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이제는 가신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고통에서 벗어나셔서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양 요구와 관련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시행령 폐기 요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참사 1주기, 유족들은 또 한 번 정부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대통령은 유족을 피해 팽목항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해외로 떠났다. 오늘 정확한 대답을 들었다. 이 나라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우리를 위해 답을 해 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라며 “사람의 생명을 돈으로 치부하는 정부를 두고볼 수 없다. 답을 줄 때까지 청와대 문을 두드리겠다. 몸으로 행동하고 실천해서 철옹성같은 청와대의 답을 들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김용욱 기자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실종자 가족들도 무대 위로 올라 눈물을 흘렸다. 실종자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아직 차디찬 세월호에는 9명의 실종자, 사람이 있다. 그런데 저들은 벌레 보듯 한다. 국가가 사람을 버린다면 우리에게 국가는 필요없다”며 “울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 앞장서겠다. 우리는 9명의 실종자를 가족과 친구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해수부가 발표한 선체인양 발표에는 ‘시신유실 방지대책’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며 “허술한 기술검토 말고, 시신유실 방지대책을 중심을 한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은 낮부터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다. 먹구름 속에서 하늘이 통곡을 했다.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오후 늦게부터 하늘이 맑게 개었다. 사람들은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거리로 나올 엄마아빠를 생각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정세경 ‘엄마의 노란손수건’ 대표는 “서울광장에서 여러분을 만나겠다고 하니 하늘이 맑게 개었다. 아이들이 하늘에서 보고 있다. 하늘에 대고 아이들에게 외치자”며 소리를 질렀다. 서울광장에 모인 수 만 명의 사람들이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끝까지 밝혀줄게. 끝까지 행동할게”

  사진=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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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이승민

    저는 9명실종된 학생들이 어디선가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미래는 불확실한것입니다 아직결정된건 없습니다 탈출해서 어디선가 살아있기에 발견되지않는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