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반대주민에 돈봉투 돌린 경찰 집유, 주민 항소 촉구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의 이름이 적힌 돈봉투. [출처=청도송전탑반대대책위]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에게 돈봉투를 돌려 회유를 시도했다가 기소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김승곤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부장판사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상북도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주민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된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해당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현희 전 서장에게는 벌금 200만 원과 추징금 100만 원이 부과됐고, 이현희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한전 대경건설지사 직원과 시공사 관계자 2명에게는 벌금 100만∼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삼평1리 주민과 청도34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그 처벌 수준이 너무 가볍다. 이 사건은 현직 경찰 공무원의 뇌물 수령과 주민 매수 협조, 그리고 공기업 및 시행사의 상습적이고 구조적인 불법비자금 커넥션과 뇌물 공여라는 매우 중한 반사회적 범죄”라며 “한전의 송전탑 관련 갈등지역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불법과 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도 삼평리에서 확인된 한전과 시공업체 간의 검은 돈 수수는 빙산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 이 정도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한다면, 불법과 비리의 악순환을 결코 끊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에 대한 처벌에 비해 관대한 처벌을 내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들은 “한전·경찰에 대한 법의 잣대와 주민·연대자들에 대한 잣대가 너무나도 달라 법원의 형평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들에 대한 재판에서는 평균 300만 원 이상의 무거운 벌금형이 잇따라 선고되고 있다. 5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도 있다. 과연 주민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공사에 항의한 행위들이 그토록 중범죄인가”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검찰의 “안이한 수사와 편향적 기소”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이 관계자 14명을 입건, 검찰 송치했는데 검찰은 4명만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추가 기소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주민과 연대시민들의 사소한 행위는 기소하던 검찰이 어째서 한전 및 시공사 관련 피의자 대부분을 기소하지 않았는지 참으로 의아스럽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검찰이 즉각 항소할 것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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