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그린라이트’가 이어지고 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광화문역 농성 1001일째인 지난 18일부터 출퇴근 시간에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방식의 집중 행동인 ‘95인의 그린라이트을 켜줘’를 진행하고 있다. 농성 1011째인 28일,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 앞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가 경찰에 둘러싸여 진압을 당하고 있다.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그린라이트’가 이어지고 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역 농성 1001일째인 지난 18일부터 출퇴근 시간에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방식의 집중 행동인 ‘95인의 그린라이트를 켜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까지 왕십리, 영등포, 혜화동, 성신여대 등에서 그린라이트 집중 행동을 벌여왔다. 이러한 그린라이트 투쟁으로 이들은 매일 아침이나 저녁, 경찰과 차량운전자 등과 부단히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정부에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3주년인 8월 21일까지 95일간 ‘그린라이트’를 밝힐 계획이다.
농성 1011째인 28일의 ‘그린라이트’는 저녁 5시 30분, 시청과 대한문 사이의 횡단보도를 점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날 점거는 20분 만에 진압됐다. 경찰이 이들을 휠체어째 들어 인도 쪽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여성 활동가가 “휠체어는 장애인의 신체다. 남성들이 건들지 마라.”고 재차 항의했음에도 경찰은 “(이렇게) 불법으로 하면 여성이라도 손댈 수 있다”며 강압적으로 휠체어를 들어 올렸다.
남성 경찰들에 의해 휠체어째 들려 나온 박정선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너무 화가 난다. 여전히 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면서 “거리에 나와서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무리하게 막아서는 경찰이 잘 못 됐다”고 비판했다.
▲ 청과 대한문 사이의 횡단보도를 약 20분가량 점거하며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알리던 장애인 활동가들을 경찰이 휠체어째 들어 인도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
경찰은 이들을 인도로 이동시킨 후 횡단보도 입구를 방패로 막아섰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은 경찰의 행위가 과도하다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강진석 씨(47세)는 “경찰이 이런 식으로 길을 막으면 되겠나. 너무 웃긴다.”면서 “시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길을 막으면 안 된다.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경찰을 질타했다.
충돌은 이후 더 격렬해졌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 7명이 광화문역 농성장으로 가기 위해 일민미술관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자 경찰이 이들을 또다시 방패로 에워싼 것이다. 이 때문에 일민미술관 인도 위에서 대치가 30분가량 이어졌다. 경찰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애원하던 장애인 활동가까지 끝내 막아섰다. 결국 그는 경찰들이 둘러싸인 곳에서 노상방뇨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은 경찰들의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장애인활동가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자 이를 정면에서 막아선 경찰이 전동휠체어에 부딪혀 상처를 입었다. 또한 인도에 있는 장애인들을 막기 위해 차도에 내려갔던 경찰이 옆에서 오던 차를 보지 못해 자동차 바퀴에 발목을 치어 다치기도 했다. 이 둘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결국 이날 ‘그린라이트’는 경찰이 도로로 이어지는 횡단보도 양쪽을 막은 채 사잇길을 터주는 것으로 1시간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 인도 위에 있음에도 경찰이 방패로 고착시키자 장애인 활동가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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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