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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5일 영등포 노조 사무실에서 메르스 대응 중간점검 및 현장 모니터링 결과발표, 특별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사례에선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대응이 얼마나 부실하고 체계가 없는지 드러났다. 특히 대다수 확진 환자가 메르스 감염자 치료 병원에서 발생한 만큼 의료진 보호지침과 보호장비 구비 문제 등 메르스 대응을 위한 의료 시설장비 현황 조사를 공개했다.
노조는 조사한 대부분 병원의 음압격리 병상(기압이 주변보다 낮게 설계해 다른 환자나 의료진 감염을 막는 병실)이 낙후된 병원 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만든 데다, 일반 병동과 같은 층을 사용하고 있어 전염병 대비에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34개 지역 거점 공공병원 중 음압격리병상이 다른 일반 병동과 구분돼 별도 건물로 이뤄진 곳은 3-4곳이었다. 노조가 조사한 음압격리 병상 21개 의료기관 중 메르스 환자를 즉시 음압병실에 입원시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6곳(28.5%)이었다. 다른 환자가 입원 중이고, 메르스 치료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한 담당 인력도 부족했다. 의사, 간호사, 직원들이 신종감염병 감염관리 교육 및 훈련을 받은 곳은 7곳(33.3%)이었다. 전염병 보호장구는 갖추고 있었지만, 치료를 담당할 의사, 간호사가 사용할 장구의 충분성 여부엔 5곳(23.8%)만 충분하다고 대답했다.
오선영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메르스 감염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들은 의료와 시설 장비 부족으로 높은 감염 위험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차분하게 의료인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며 “그러나 메르스 확산이 이어지고 환자와 함께 격리되다시피 하는 격무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어 면역력 약화 등으로 의료진 감염 우려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지정병원도 인력, 시설, 장비가 재난 상황에 대처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이들 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유지현 보건의료 노조 위원장은 “적어도 메르스에 오염된 병원을 찾았던 방문객, 입원한 환자, 보호자에게 신고받고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방역망이 뚫린 건 여기가 핵심”이라며 “오염된 병원을 공개해야 이 시기에 병원을 찾아간 사람들을 다 전수조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자가격리자에게 이름, 가족관계 정도만 물어봐
노조 조사는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정부대처의 심각성도 보여줬다. 메르스 확진 판정 환자와 접촉했던 서울의 한 의료진 A씨는 자가 가택 격리 1일 차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이, 성별, 가족관계를 파악해 가고 보건소 연락을 기다리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격리 2일 차에도 A씨에게 연락해 다시 이름과 주소를 물어봤다. 하지만 격리 3일 차까지 보건소 연락은 없었다. 4일 차 정오가 지나서야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보건소는 또 가족사항만 물어봤다. 이날 오후 4시가 돼서야 보건소는 체온과 몸 상태를 체크해 갔다. 하지만 자가 격리 매뉴얼이나 특별한 지침은 없었다. 노조는 “보건당국의 질병 관리 매뉴얼에 의한 자가관리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오염병원을 공개하고, 치료병원을 안전하게 유지-지원하며, 거점병원을 추가 확대하는 메르스 3단계 진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의료진 보호와 함께 메르스 진료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