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지난 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검찰과 법원에 폭력사태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노조파괴 범죄자들을 조속히 수사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가족까지 나서 호소해도 경찰과 검찰, 법원이 범죄자들을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유유자적 회사를 활보하며 평상시와 다름없이 일을 하던 금속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희연 씨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17일 오후 끔찍한 소식을 듣고 놀란 마음으로 회사로 뛰어갔다”면서 “경찰병력이 많아서 ‘우리 남편을 보호해주겠지’ 생각하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경찰 앞에서 소리쳤다”고 말문을 열었다.
강씨는 “경찰병력이 회사 정문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어서 우리가 울고, 넘어져서 바닥에 쓰러지고, 무릎 꿇고 빌기까지 하는 등 별짓을 다했지만 가족들을 무시하고 계속 힘으로 밀치며 병력이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강씨는 “노동부와 검찰이 말한 기다림의 결과가 우리를 전혀 보호해주지 않는 것이라면, 일평생 거짓 없이 살아온 남편에게 당당히 맞서라고 말하고 싶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17일 오후 3시경 기업노조측 50여명이 금속노조원 20여명을 집단폭행 한 뒤 경찰병력 4개 중대는 당일 오후 현행범을 체포한다며 갑을오토텍 회사 내에 들어온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긴급 체포하지 않았다.
이강숙 씨는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잠조차 잘 수 없고, 내 인생을 다 합쳐 한 번도 보지 못한 일을 겪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씨는 “폭력을 저지른 사람들이 경비실 2층 기업노조 사무실과 옥상을 오가며 우리 아빠들을 내려다보고, 우리 아빠들을 짓밟은 자들이 버젓이 있는데 경찰은 오히려 그들을 보호하고 있었다”며 “기가 차고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이씨는 “현행범을 체포하겠다고 경찰이 약속을 해서 범법자를 도망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던 정문을 열어줬는데 무엇 때문인지 체포할 수 없다고 경찰이 돌변했다”면서 “오히려 병력을 증강시키고 우리 아빠들과 지역의 노동자들을 위협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 “폭력사태가 벌어진 그 순간에 현행범을 체포하지 않은 경찰이 이제 와서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더욱 화가 난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선 씨도 “경찰에게까지 호통을 치며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태도를 보이는 노조파괴 용병들의 폭력으로 뇌출혈 등 조합원 20여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 갔다”면서 “우리는 이렇게 되지 않도록 검찰과 법원이 즉각 움직여 달라 요구했었다. 사태를 수수방관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돼야 할 시간에 회사의 지시와 지원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던 폭력이 자행됐다”며 “폭력사태의 가해자를 비호한 채 우리 조합원들과 가족들을 진압하려 했던 경찰과 검찰은 우리에게 정중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가족들은 갑을오토텍 사태 관련 담당검사인 천안지검 박상용 검사와 면담을 요구했다. 가족들은 천안지원 복도와 계단, 1층 바닥 등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담당검사와 만났다.
현행범 체포를 요구하는 가족에게 담당검사는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한 조건이 중요한데 절차와 차례에 맞게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체포 요건 문제를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체 되면 남편이 오늘 어제와 같은 폭력사태로 크게 다칠지 모른다. 죽으면 책임질 것이냐. 혼자가 아니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간절하고도 강력한 가족들의 항의에 담당검사는 “이 시간 이후로 즉각 보고받고 대응하도록 할 것이며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폭력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면담 결과 아산경찰서측에서 현장상황과 수사 자료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 가족들은 점심식사까지 거르며 아산경찰서 항의면담도 요청했다. 충남도경찰청에서 주요한 사안으로 보고 갑을오토텍 특별수사팀을 18일부로 구성했다고 했지만, 수사팀이 아직 폭력사태에 대해 정확한 파악조차 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가족들은 또 한 번 망연자실했다.
가족들은 아산경찰서 측에 “폭력사태 현장에서 수수방관하고, 심지어 폭력에 노출된 조합원들을 비웃고, 노조파괴 용병들을 비호하는 경찰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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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롱 현장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