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천막농성 중인 서울 중구 순화동 현장에서 만난 김주환 씨.
▲ 순화동 천막투쟁 현장에서 만난 김주환 씨. 그는 "그때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지만,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것이 잊혀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서운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출처: 지금여기] |
그는 2009년 1월 20일 일어난 용산참사 당시 남일당에 있었던 또 한 사람이다. 당시 용산구 신계동 철거민 투쟁 중이었던 그는 용산 4구역 철거민 투쟁 연대를 위해 남일당에 있다가 현장에서 체포, 구속됐다.
당시 용산참사로 8명이 4-5년의 징역형을 받았고, 이 가운데 김주환 씨를 포함한 4명이 다른 지역 철거민이었다. 참사 희생자 가운데 3명도 연대자였다.
김주환 씨는 용산 신계동에서 2008년부터 천막투쟁을 하고 있었다. 남일당 현장에서 바로 체포된 뒤, 4년여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을 때는 홀로 남아 싸우던 주민이 합의를 마쳤고, 약간의 보상금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집은 철거됐고, 체포 당시 허리 부상을 입어 생업도 이어 갈 수 없게 된 그는 “집은 고시원에서 지내다가 매입임대 주택을 마련했지만, 2년 넘게 백수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을 하지 못하지만 다른 철거 투쟁 현장에서 연대활동을 이어 가고 있고, 현재는 주로 순화동 천막농성장을 찾는다.
순화동에서 만난 그에게 다른 구속자들의 근황을 묻자,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려 가기 때문에 대부분 상황이 좋지 않지만, 요즘 그나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서, “얼마 전부터 우리 이야기를 나누는 ‘동지회’ 모임을 만들어 가끔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연대의 힘으로 싸울 수 있었기 때문에, 연대하러 갔던 것. 그날이 다시 와도 똑같이 할 것 같다”
그는 출소 뒤부터 지금까지 상황이 많이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참사 자체가 억울한 일이고, 구속 뒤 재판도 변호인이 변론을 거부할 만큼 엉망이었다는 그는, “그래도 억울하다기 보다는 서운한 마음이 더 큰 것”이라며, “조직 안에서 함께 결정한 일임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 출소 뒤 아무 대비책 없이 각자가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서운하다”고 말했다.
김주환 씨는 순화동 상황에 대해서도 “가족을 잃고 부상당한 이들이 지역에서 새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면서, “순화동 문제가 웃으면서 끝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발 세입자나 영세상인들을 보호하는 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우리같은 사람들이 다시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
▲ 철거되는 남일당. ⓒ지금여기 자료사진 |
용산참사, ‘남일당 철거민 연대투쟁 사건’으로 재인식 해야
연대 철거민 역시 똑같은 국가폭력의 피해자들
용산참사로 인한 피해자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김근태기념치유센터 이화영 상임이사는 올해 초부터 유가족을 포함한 피해자들의 구술 작업을 해 왔다.
그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비롯해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피해자들이 더 많이 있다면서, “해당 지역민이 아니지만, 연대를 하러 왔다가 물적, 심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야 한다. 그들 역시 치유받고 보상받아야 할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구속자들의 경우, 대부분 무력감과 내재된 분노가 크다고 걱정했다. 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이해, 배려이며,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용산참사는 ‘남일당 철거민 연대투쟁 사건’으로 다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다른 주장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용산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은 연대 철거민들 역시 똑같은 국가폭력을 당했고 그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라면서, “내적 갈등을 겪고 또 그런 갈등을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호 사무국장은 이들은 구속 기간 동안, 자신의 삶에서 배제됐고, 각 지역의 해결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어, 삶의 단절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직은 고통과 갈등, 원망 등을 표현하는 단계지만, 용산을 통해 모인 이들이기 때문에 용산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 동참하고, 함께 치유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휴=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