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아래 행성인) 청소년인권팀은 지난해 11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아래 미디어센터)에 대관을 신청했다.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섹슈얼리티 관련 행사를 개최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해 11월 말 미디어센터 측은 행성인에 대관 불허를 통보했다.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행사 홍보물의 문구와 행사 내용이 지장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디어센터가 문제 삼은 홍보물의 주요 문구는 “키스부터 피임까지, 로맨스부터 야동까지, 동성애자부터 트렌스젠더까지”이다.
▲ 행성인 청소년인권팀이 주최한 행사 포스터. 미디어센터 측은 행사 내용과 “키스부터 피임까지, 로맨스부터 야동까지, 동성애자부터 트렌스젠더까지”라는 홍보물 내용이 선정적이라며 대관을 거절했다. |
이에 행성인은 지난해 12월, 미디어센터의 이러한 방침은 청소년의 알 권리 침해라며 서울시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이후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이듬해인 올해 7월 22일, 미디어센터의 대관 불허 결정은 청소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결정했다. 설령 홍보물 문구가 선정적이라도 헌법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시민인권보호관은 행사 내용과 홍보물이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에 비춰볼 때 선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심의기준에 의하면 성행위의 지나친 묘사, 사회 통념상 허락되지 않는 성행위 조장 등의 경우에 선정성이 있다고 간주한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는 청소년기는 이와 같은 기본적인 성 관련 정보에 접근하여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따라서 홍보물 문구가 선정적이라는 판단으로 청소년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시민인권보호관은 서울시장에게 재발방지를 위해 센터 직원에게 인권교육을 시행하고 서울시 관할 시설 대관 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행성인 측은 청소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성소수자 차별의 측면에선 다루지 않았다며 “반쪽짜리 결정”이라고 평했다.
행성인은 “성소수자 차별 조장 세력의 민원이나 압력을 핑계로 공공기관과 국가기구들이 성소수자 차별 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공기관이 성소수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과 시정권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며 “이 사건을 성소수자와 동떨어진 것으로 다뤄서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성인은 “비록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결정이 이루어졌지만, 시정권고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성소수자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섹슈얼리티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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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