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1차 피해자는 재벌”?...이상한 노동시장개혁

재벌개혁 먼저 vs 노동시장 개혁 먼저...노동시장 논란 입장차 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컸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저성장 극복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진보개혁 세력은 재벌 개혁이 먼저라며 맞섰다.

3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가 공동 주최한 ‘노동시장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특별 토론회가 열렸다. 보수와 진보가 함께 머리를 맞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였다. 여야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축사를 했고, 여야 의원과 보수, 진보 개혁세력 학자가 토론 및 발제자로 나섰다. 각 진영은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견 공감했지만, 해법 모색 방법에서는 상당한 이견 차이를 보였다.


노동시장 개혁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 차이는 양당 대표의 축사에서부터 드러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나라를 위한 마음은 보수, 진보진영 모두 똑같지만 현재는 진영논리에 빠져 국가발전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며 “아들딸과 장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노동시장 제도의 관행을 고치는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노사정위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타협을 반드시 도출해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임금피크제로 18만개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허황된 주장이다. 임금피크제가 노동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지하거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며 “710조원의 어마어마한 기업 사내유보금을 풀어 청년고용에 투자해야 하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 노동자만 고통을 분담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신자유주의 1차적 피해자는 재벌이다”
여당과 보수진영, 노동시장 개혁으로 저성장 위기 극복 주장


35세 이상 파견 및 기간제 사용기간 4년으로의 연장과 파견 허용대상 확대 정책에 대한 보수세력의 입장은 확고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며 불가피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20년 이상 노동시장 정책을 연구해왔다는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1차적 피해자는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몇 년 뒤 노키아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로 서두를 열었다. 그는 파견업종 확대와 관련해 “20만 명도 안되는 파견(노동자) 때문에 기업이 불법파견(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A라는 회사에 파견됐다 기간이 끝나면 B라는 회사로 다시 가게끔 (파견업체) 정규직으로 일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개혁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는 “비정규직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면 기회를 줘야 한다. 기업체는 2년 동안 데리고 있는 사람이 나간다고 하면 투자를 하지 않고 허드렛일만 시킨다. 하지만 4년 정도 같이 있으면 태도가 달라질 거다”라며 “(업무능력이) 쓸 만하면 정규직화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정’이라는 문화가 있고, 인지상정이라는 말도 있다. 비정규직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한다고 비정규직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지만, 정규직으로 가는 기회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쉬운 해고’로 알려진 저성과자 일반해고 제도를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계 측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요구다. 경총을 비롯한 경제5단체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이 저성과자의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토론자로 나선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업무 부적응자라고 이야기하는 저성과자와 관련해 대법원은 무작정 해고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부가 전환배치 등 해고 회피노력을 지침화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실 입법화하는 것이 맞지만, 입법화 하기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행정지침으로 해 보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강제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이 의원은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임금피크제는 강제사항이다. 정년 60세를 법제화하면서 반드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해 놨다. 임금피크제는 자율이 아닌 정년 60세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쟁점은 임금피크제 시행 여부가 아니라, 회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정해도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인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원덕 이수노동포럼 회장은 ‘노동시장 개혁’이 한국사회의 제3 프런티어라고 강조하며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광밤하고 강력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임금의 양보냐 아니냐의 잣대가 아닌 노동운동의 대의를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며 “임금피트제가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고, 청년 신규채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노사정위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한 안에 우선과제 전부를 합의하는 것이 아닌, 의견접근이 상당한 과제부터 단계적 패키지 딜 전략을 꾀하며 2단계 합의를 위한 에너지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초과이윤 쌓은 재벌개혁이 노동시장 개혁
“현존하는 법만 지켜도 노동시장 문제 상당수 해결”


반면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노동시장 문제는 ‘정규직 과보호’가 아닌 ‘재벌 과보호’에서 1차적 책임을 찾아야 한다고 맞섰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확대와 부자 감세, 고환율 등을 통해 빨아들인 초과이윤이 몇몇 재벌에게 집중됐다. 다수 국민이 소비의욕을 상실하고 안팎의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 지면서 대기업은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할 곳을 꼽지 못하고 있다”며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재벌이 알아서 투자하거나 일자리를 확대할 일은 없다. 노동시장 문제는 재벌 과보호에서 1차적 책임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여타의 다른 개혁에 앞서, 불법파견과 초과 노동, 최저임금 등 현존하는 법만 제대로 지켜져도 노동시장 문제의 상당부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는 공약을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를 정규직 직접고용 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공공부문에만 적용하고 다른 부문은 방치하고 있다. 적어도 여력이 있는 재벌사에서라도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 않나”며 “그래놓고 기간제 사용계약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55세 이상 고령자와 사무직에 파견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파견 확대 직종 및 연령에 해당하는 인원만 500만 명이 넘는다. 사실상 파견근로를 보편화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재벌개혁이 청년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노동시장 개혁의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IMF이후 정부가 기업부담 줄여주기에 올인 한 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기피하면서, 기업은 고성장하고 가계는 저성장하는 성장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은수미 의원은 “기업부담을 줄여줬더나 고용과 투자는 늘리기는 커녕 곳간 채우고 임원 연봉을 올렸다. IMF이전 1:1이던 가계-기업 소득 증가율은 1:12로까지 확대됐다”며 “심지어 삼성전자 사장 연봉과 삼성전자 청소용역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1대 1000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재벌대기업 3% 고용할당제면 약 7만 개의 일자리가 매년 증가하고, 재벌대기업 주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만으로 2만 개의 일자리 순증이 가능하다”며 “재벌의 법인세 원상회복과 분리과세만으로 2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며, 재벌의 사내유보금 1% 사회환원만으로도 약 23만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청년에 괜찮은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첫 걸음은 재벌 일자리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의 노사정위 협상테이블이 정부정책의 명분 쌓기용 들러리절차로 이용되고 있다며 새로운 대타협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쌍용차 등 많은 사업장이 정리해고를 겪고 자살하는 노동자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고를 손쉽게 하는 정책을 노동계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과 민주노총 등이 반쪽의 노사정합의에 대해 인정, 수용할지 의문이며 그 과정에서 또다시 갈등과 대립이 표출될 우려가 있다. 지금이라도 민주노총과 청년, 비정규직, 야당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해 개혁논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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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중 무직 101명(62%), 일용노동직 31명(19%)이라고 하는데, 이러다간 남미처럼 사회 안전이 위협받는다.

  • 독자

    부자들은 개인 경호원을 고용해 위험사회를 대처할 것이지만, 이 작은 나라에서 치안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려는지. 경찰과 군대 비율이 월등히 높아 남미수준까지는 안 가겠지만,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이나 보행하는 애꿏은 서민들이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 이옥환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를 시간제로 변경해서 4년동안 일을 시켜준다음 정으로 정교수로 전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