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전국 교대교수들이 서울교대에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윤근혁 기자] |
전국 교육대학(아래 교대) 소속 410명의 교수들이 “교육부가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교과서 편찬 과정이 난항에 빠질 것”이라고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교육부가 올해 9월 예정된 한자병기 강행을 일단 미뤘지만, ‘한자병기 정책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국립 교대 교수들이 교육정책에 반대하며 이름을 걸고 큰 규모 로 집단 성명을 낸 것은 근래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일주일만에 전국 교대교수들의 절반이 서명 동참
9일 오전 11시, 리의도 춘천교대 교수 등 전국 10개 교대 교수들은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시청각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일간 410명이 서명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국 교대 824명의 교수 가운데 50% 가량이 서명한 것이다. 서명 교수 가운데엔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제주대와 한국교원대 교수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이 성명에서 교수들은 “두루 통하는 한글만으로 46년 동안 초등교과서를 발행해 국민의 문해력과 학생의 학습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그런데도 교육부가 일부 이익집단의 과대광고와 망언에 현혹되어 초등 보통교육의 본질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들은 “한자가 병기된 초등교과서는 학생 학습에 심각한 장애물이 되며, 따라서 학습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한자병기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이후에 진행될 교과서 편찬 과정이 난항에 빠질 수도 있음을 염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과서 편찬 과정이 난항에 빠질 것’이란 경고의 의미에 대해 리의도 교수는 “초등교과서 제작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교수들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정민 교수 “학생들 학습실패로 몰아넣을 한자병기 사라져야”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특수교육학과)는 “초등학교에는 학습부진 학생들이 상당히 많고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있는데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된다면 ‘국포자’(국어포기자)까지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학생들을 학습실패로 몰아넣는 한자병기 정책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성 서울교대 교수(과학교육)도 “한자병기는 민족적 자부심 고취에도 해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교대 교수들의 성명에 대해 전교조 초등위원회도 환영 성명을 내어 “교육부가 한자병기 정책 발표를 1년 연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폐기’를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다”면서 “정부는 초등교육을 연구하는 교대교수들의 견해를 수용하여 망국적인 교과서 한자병기 정책의 완전한 폐기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