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재판 "해고자 불인정, 세계에 없다"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서울고법 3차 공판 증인 신문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노조법 2조 4항 라목은 우리가 처음 노조법을 만들 때 참고한 일본의 노동법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지난 5일 오후 서울고법 1별관 306호 법정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3차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교원노사관계의 합리적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등을 진행해 이날 전문가 증인으로 나선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노동법학회)는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노조법 2조 4항과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해직자 내치라는 것은 단결권 침해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노조법 2조에 대해 강 교수는 “1953년 노조법을 만들 때 일본의 노조법을 참조했지만 일본법은 물론 전세계 어디에도 이 같은 규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전교조는 지난 5월 헌재의 선고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성란 [출처: 교육희망]

그는 노동조합이 누구를 조합원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조합원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직됐다고 해서 조합에서 내치는 경우는 없으며 노조법 2조 4항 라목을 ‘해직자를 내치라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 훼손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해직자 가입 여부와 노조의 주체성 훼손 문제’를 묻는 노동부 측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계속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노조법 2조 4항에서 노조의 결격요건으로 정한 다섯 가지에 대해 형식심사 과정을 만들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노조의 주체성을 훼손할 근로자가 아닌 자는 통상 자영업자 등과 관련된 내용이며 해직자와 관련된 ‘라’목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노동법 발전 없다

단결권을 제약하는 현행 법률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법 개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노동운동이 합법적 테두리 안에만 있었다면 노동법 발전은 없었다”면서 “우리나라처럼 집단적 노동권 행사에 강압적이고 두려움을 키우는 시스템이라면 더더욱 합법 테두리 안에 머무르라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가장 먼저 노동조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영국의 경우 근대적 형태의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은 17~18세기 초로 추정되지만 노조법이 만들어진 것은 1824년으로 법이 만들어지기 100~200여년 전에도 노동조합이 존재했고 단결금지법 폐지 등 과정을 거치며 법이 이를 승인하는 형태였다고 설명했다.

'노조 아님' 통보 시행령, 연구진 전원 '위헌' 의견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 근거가 된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강성태 교수는 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위임명령인지 집행명령인지에 여부에 대해서도 ‘연구 전까지 노동법 교수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노조 설립신고제도의 위헌적 요소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그가 물러나면서 이 조항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본격적으로 검토하면서 “엉성한 법적 요건에 비해 파급력이 커 놀랐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다섯 명의 연구진 모두 ‘위헌’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1심 당시 재판을 마친 뒤 인터뷰 중인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 ©최대현 [출처: 교육희망]

강 교수는 “일각에서는 노조 아님 통보를 설립신고서 반려와 비교하지만 이는 엄연히 다르다”면서 “설립신고서 반려가 ‘강제 낙태’라면 노조 아님 통보는 ‘살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노조 아님’ 통보는 지금껏 존재하던 노조에게 그 단체를 규정하는 모든 법적 지위를 상실시키는 사망선고를 법적 근거도 없이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사후적으로 노조 지위를 박탈하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노조 아님 통보는 '살인'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아니라면 사후 제재 수단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조가 노조필증을 교부 받았다고 해도 사용자가 단협을 거부한다거나 노동조합성을 부정할 수 있으므로 행정청이 관여할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다.

노조 아님 통보를 받아도 단체로 권리 보장을 받는 임의적 활동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노동부 측 변호인의 발언에도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할 수 없고 지금까지 쓰던 노조의 명칭조차 쓸 수 없는 것이다. 낭만적 주장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도 증인으로 참석해 전교조 운영 전반에 대한 진술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 측 변호인이 예정에 없던 반대심문 질문지를 제출하면서 재판이 중단된 뒤 재개되는 등 치열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3일 오후 4시 다음 재판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박지순 고려대 교수가 노동부 측 전문가 증인으로 참석한다. 이날 재판에서는 전교조와 노동부의 최종 변론도 이어질 예정이다.

2심 선고는 올해 12월 중에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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