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은 한국의 600개 단체가 연대하여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평화단체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미국이 벌이는 대아프칸 전쟁과 한국군의 파병 및 전비지원, 일본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반대하는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국인들의 뜻이 담겨 있는 전쟁반대 서명지를 귀하에게 전달하면서 우리의 의사를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2. 아프칸 전쟁이 시작된 후 해가 바뀌었으나 전쟁의 먹구름은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테러 근절'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아프간의 무고한 양민에 대한 폭격과 포로들에 대한 집단학살, 인권유린으로 인류가 그토록 증오하는 폭력의 무자비함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결과 9.11테러에 대한 전세계인의 분노와 슬픔은 어느새 미국이 벌이는 추악한 전쟁에 대한 솟구치는 분노와 거센 비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인류의 정의와 양심은 미국의 이 같은 일방통행식 정책을 더 이상 좌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대해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미국은 아프칸 포로들에 대한 인권유린 등 비인도적 행위를 중단하고 전쟁포로에 대한 제네바 협정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미군의 폭격으로 무고하게 학살당한 양민들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사죄·배상할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전쟁의 참화가 가져온 600만 난민과 풀죽으로 연명하다 죽어가고 있는 40만 아동들과 여성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인류가 관심일 기울여야 할 사항입니다. 이에 우리는 미국이 지금 벌이고 있는 대아프칸 전쟁을 포함한 일체의 전쟁과 중앙아시아 각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중단하고 민간구호활동과 경제지원으로 대외정책을 수정할 것을 귀국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3. 전쟁은 더 큰 보복과 전쟁의 악순환을 가져 올 뿐이라는 인류 양심의 경고는 안타깝게도 사실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에 치를 떨고 있는 인류 앞에 부시대통령은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이라크, 필리핀등으로 전쟁터를 확대해가고 있으며, 특히 북한을 겨냥하여 동북아 지역의 전쟁가능성을 조성하는 등 한반도 전쟁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MD강행, 생물무기협약(BWC) 무산, ABM 조약의 일방적 탈퇴선언, 핵실험 동결 방침 철회, 무려 48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예산의 증액요청 등 최근 귀국정부의 일방주의적 패권정책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테러와 전쟁의 악순환이 없는 세계평화에 기여할 뜻이 있다면 전쟁확대와 무한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패권적인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패권에 의한 강압적인 평화는 결코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지금은 상호 주권을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문제해결만이 전쟁을 막고 인류를 핵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평화를 위해 타국에 대한 주권유린과 내정간섭을 즉각 중단하고 세계각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를 폐쇄하고 평화군축을 단행함으로써 지구촌 국가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자주호혜평등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우리는 강력히 촉구합니다.
4. 부시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강경정책을 펴 왔으며, 특히 최근 부시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북한을 악의 세력으로 지목하여 미국이 다음 전쟁의 대상으로 북을 겨냥하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6.15남북공동선언으로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던 남북관계는 얼어붙고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는 미국이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원치 않으며 분단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길은 북이 핵에 대한 검증을 받고 미사일실험발사를 유예하기로 하는 대신 테러지원국 해제, 경제봉쇄해제 등 포괄적 관계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2000년 10월 합의한 북미공동성명을 이행하고 궁극적으로는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한반도에서 그 어떠한 전쟁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분단과 전쟁으로 얼룩진 한반도에 하루빨리 진정한 평화와 통일이 오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귀국 정부가 남북간의 통일을 도와주기는커녕 한국의 분단을 이용하여 남북간의 평화선언을 가로막고 한반도에서 골육상잔의 전쟁을 다시금 강요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남의 희생을 댓가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인류의 양심이 결코 허용할 수 없는 가장 사악한 자국 중심의 패권적인 정책이 아닙니까? 이에 대한 귀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5. 지금 한국 국민들은 오는 2월 19일에서 21일 사이에 예정된 귀국의 부시 대통령 방한에 대해 대단히 불안한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이른 바 대북정책의 조율이라는 미명 아래 한국정부에 대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에 대한 협력과 F15K 전투기 등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기구매를 요구하는 등 남북대결을 조장하고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진정한 우호 친선관계를 위해서는 귀국이 부당한 내정간섭과 압력, 남북대결을 조장하는 일들을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 민족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과 경제제제조치를 해제하고 상대의 주권을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북미간의 현안문제 해결을 시도할 때만이 사태해결이 가능하고 북미간, 남북간의 정상화도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길만이 한반도에서 참화를 막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부시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대북 강경정책을 지렛대 삼아 한국정부에 대해 한미투자협정체결과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 강요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귀국의 대통령이 한반도 분단을 이용하여 북쪽에 대해서는 대북적대정책을 통해 전쟁을 시도하고 남쪽에 대해서는 경제적 종속과 식민지 수탈을 강요하기 위해 방한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부시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범국민적적 항의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에 대한 귀국의 의견은 무엇입니까?
6. 우리는 앞으로 우리 사회와 전세계의 평화세력, 양심세력과 굳게 연대하여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이 땅에 빈곤과 수탈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촌 사회를 실현해 나가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귀국의 성실한 답변을 기다립니다.
2002년 2월 1일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녹색연합, 민중연대, 참여연대, 민주노총,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환경운동연합, 전국연합,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족문학작가회의, 자통협, 통일연대, 사회진보연대, 여성운동연합, 전농, 전빈련, 민언협, 민교협, 다함께, 인권실천시민연대, 한살림 등 600개 사회단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