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2002년 총회 특별결의문
9·11 테러를 계기로 촉발된 미국 패권주의의 끝은 어디인가? 최근 북한, 이
란,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부시의 발언은, 미국이 주
도하고 있는 '대(對)테러전쟁'의 성격과 전망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준
다. 이제 전쟁의 대상은 더 이상 '테러'가 아닌 미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하
는 '악(evil)'으로 규정되었고, '악(evil)'을 찾아내고 응징하는 것 역시 미국
의 몫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이러한 규정이 단지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듯
그 구체적인 대상을 노골적으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중동지역의 군사
적 긴장이 고조됨은 물론, 한반도의 남북관계 역시 급속도로 경직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중국의 견제를 빌미로 일본을 군사주의의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군사적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시 정권의 패권주의가 일시적
인 군사적 긴장이 아니라 기존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긴밀하게 연결된 채, 우
리의 삶 자체를 본질적으로 억압하는 과정이라는 점에 있다. 이에 문화개혁을
위한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는 부시 정권의 군사주의적, 신자유주의적 패권주
의가 즉각적으로 중단돼야 함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며, 이를 위해 한국 사
회는 물론 전 세계 시민사회, 민중운동 진영의 연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전쟁의 긴장을 확산하고 있는 부시 정권의 군사주
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
"심판자"를 자처하는 미국은 과연 어떤 나라인가. 미국은 이번 '대(對)테러전
쟁'을 구실로 50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추가하는 등 사상 최대인 3800억 달러
의 국방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 같은 깡패국가들이 화학무
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
이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미국 자신이다.
더욱이 현재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조건으로 재래식무기의 후방배치와 무기수출
금지를 내세우며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생물무기협정 등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당사자는 바로 미국이
다. 나아가 부시 정권은 전 세계가 반대하는 MD계획을 이번 '대(對)테러전
쟁'을 계기로 강압적으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
군비증강과 전쟁 위협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부시 정권의 군사적 패권주의는 인류의 생명을 볼모로 미국 주도
의 군수산업을 부양하고, 세계 질서 속에서 미국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존
속·강화하기 위한 전략에 다름 아니다.
둘째,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경제, 환경, 의료
등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고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
하고 있다 !!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는 단순한 전쟁의 위협을 넘어 경제, 문화 등 모든 영
역에 걸쳐 미국의 권력을 강화시키려는 포석임에 분명하다. 특히 9·11 사태
를 계기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주의는 그 동안 '시장개방과 자유무
역'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가속화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경제적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정권이 군사적인 요소까지 동원하며 관철시키고자 하는 "신자유주
의 세계화"란 무엇인가? 이는 이미 한국을 비롯하여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 파
탄 과정 속에서 경험적으로 확인된 바와 같이, 초국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과 무한한 이윤창출만을 보장하려는 경향이다. 미국과 IMF의 조언대로 국가 기
간산업의 민영화와 외자유치를 진행한 아르헨티나는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있으며, AIDS가 확산되고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초국적 제약회사가 매긴 비
싼 약값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
다. 그리고 이처럼 자본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인간의 생명조차 고려하지
않는 것이 바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이다.
따라서 부시 정권이 주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적인 시민, 민
중, 소수자의 권리를 일상적으로 박탈하는 과정이며, 이는 군사주의와의 적극
적인 결합을 통해 미국의 패권주의만을 강화시키고 있다.
셋째,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주의로 무장한 미국의 패권주의가 세
계 곳곳에 걸쳐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고, 문화적 종속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부시 정권이 올해 안에 체결을 강요하고 있
는 한미투자협정의 경우, 스크린쿼터의 축소·폐지는 물론이고 한국 사회 전반
에 걸쳐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고 문화·경제적 종속이 강화되는 불평등조약
임에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패권을 통해 관철되고 있는 강제적 문화
개방 정책은 각 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배제한 채 미국의 문화자본으로 인한 영
화시장 독점, 초국적 자본에 의한 자국의 출판, 음반, 영상시장의 붕괴 등 전
세계적으로 문화파괴와 문화종속 현상만을 낳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미국의 패권주의는 개별적인 경제조약의 문제를 넘어 “개별 국
가 정책과 인류의 삶 자체를 초국적 자본을 위한 시장으로 재편해 나가려는 시
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에 의한 문
화적, 경제적, 정치적 강제는 결국 문화의 다양성 파괴와 종속, 사회의 공공성
과 공공영역 해체, 경제제일주의에 입각한 삶의 피폐화만을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것으로 여겨졌던 '밀레니엄 시대'는, 이제 '전쟁,
환경파괴, 문화파괴의 세기'로 점철되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 부시 정권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주의라는 미국 패권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문화연대는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는 부시 정권의
패권주의를 강력하게 규탄하는 바이며, 전 세계 시민, 민중, 소수자들과의 광
범위한 연대를 통해 세계평화, 문화민주주의,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등을 위
해 투쟁해 나갈 것을 다시 한번 결의하는 바이다.
첫째, 미국은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군사주의를 즉각 철회하라 !
둘째,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 창출만을 보장하고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인류
의 생존을 위협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한다 !
셋째, 문화의 종다양성을 파괴하고, 문화종속을 심화시키는 미국의 패권주의
에 반대한다 !
2002. 2. 5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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