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유럽연대는 유럽의 진보적 교민운동가들의 연대조직입니다. 금번 부시의 방한에 대해서 저희의 입장을 밝힙니다. 저희 단체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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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방한에 대한 유럽연대 성명서
부시는 한반도에 긴장을 부추기지 말라!
2월 19일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유럽의 교포들은 환영하기 보다 걱정이 앞선다. 그 이유는 부시 대통령이 연초 의회연설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 문명의 적이라고 말한 바 있고, 일본, 한국, 중국을 돌면서 자신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지지를 호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나 멀리 유럽에 살면서 교포들은 현지 유럽인들에게 남북한의 군사대치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떻게 백만에 이르는 군대가 휴전선을 마주보고 대치하는 상황이 5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행히 2000년 6월 15일 남북한 정상이 만나 그 동안의 적대관계를 접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가기로 합의하고, 북조선의 조명록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클린턴과 회담하고, 국무장관 올브라이트도 북조선을 방문함으로써, 유럽교민들은 한반도에 평화가 오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부시가 미국 대통령이 된 후부터 북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제 2의 스타워즈계획인 미사일 방어계획을 들고 나오면서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더구나 뉴욕 비행기 테러사건 이후에는 국제 테러조직을 뿌리뽑겠다면서 아프가니스탄에 폭탄공격을 퍼부었고, 탈레반이 물러가자 미국은 더 우쭐해져서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나 단체는 남김 없이 제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리와 같은 편에 서지 않는 자는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부시의 주장 속에는 자신의 힘만 믿고 다른 나라를 자기 발 밑에 두려는 세계 초강대국의 오만이 있다.
우리는 부시정권의 이런 강경태도가 힘의 우위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고조시켜 평화의 길로 가고 있는 남북한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유럽과 러시아 캐나다 같은 나라들도 부시의 강경태도에 분명한 반대입장을 보이지 않았는가?
한발 더 나아가 부시가 한반도 정세를 긴장상황으로 몰아가면서, 자국의 국방예산을 증가시키고, 한국에 4조원대에 이르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미국 기종인 F-15기로 결정되도록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도 있지 않은가 의심된다.
평화는 강력한 힘으로 약소국을 압박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태도는 전쟁만 불러온다. 동서독 통일에서 보듯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때만이 평화와 통일을 얻을 수 있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왔고, 경제전반이 피폐되어 있는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유럽 대부분 나라들과 국교를 맺고 관계를 개선해서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를 긴장상황으로 몰고가는 놀음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한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조국의 평화를 염원하는 한민족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정부도 이제 미국의 군사적 후원 아래서 안전을 보장받던 시대가 지난 만큼 남북정상회담의 정신으로 북한에 좀 더 적극적인 평화노력을 벌여야 한다. 북한을 여전히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군사적 대치상황을 해소하는 것은 더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또한 유럽에서 한국의 민주화와 조국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여러 인사들이 아직도 과거 활동에 대한 반성문을 쓰고 국정원의 조사를 받지 않으면 고국 방문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데, 한국정부는 이들이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하고 조건 없이 고국 방문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의 위협에 상관없이 남북간의 합의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면서 남한 정부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 바란다. 또한 작년 8.15 방북단 사태를 교훈 삼아 한국과의 만남에서 남한의 정서를 고려하면서 공연한 오해가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끝으로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한민족 유럽연대는 부시에 반대해서 싸우고 있는 시민들에게 뜨거운 연대의 목소리를 전한다.
2000년 2월 19일
한민족 유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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