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대한 우리의 입장 -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29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을 '악의 추축국'으로 지목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테러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그는 "나는 위험이 증폭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위기가 가까이 오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들 나라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포했던 부시는 그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들 세 나라에 대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함으로써 전 세계인을 경악시키고 있다. 부시정권이 들어선 뒤 세계는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그의 호전성을 접하면서 그가 악마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것은 비단 우리만이 아닐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시가 겨누는 전쟁의 총부리가 바로 우리 동족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부시정권이 북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곧 제2의 한국전쟁 발발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우리 민족의 공멸 뿐이다. 바야흐로 94년 6월과 같은 전쟁 위기가 바로 우리 앞에 닥쳐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구실로 북을 압박하고 공격하려는 것은 그 어떤 정당성도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북의 미사일 문제로 말하자면 북의 김정일 위원장은 이미 2003년까지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선언하였고, 미사일 계획이 오로지 자위적 대응 수단임을 천명한 바 있다. 나아가 북은 이미 인공위성 발사체의 제공 요구, 미사일 개발 중단에 따른 금전 보상 등 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부시는 북의 이러한 전향적 제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패권을 추구하고자 북을 희생양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북의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은 94년의 북미 제네바 핵 합의에 따라 핵 시설을 동결시켜 왔으며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 오히려 갖가지 구실을 들어 경수로 공사와 중유 제공 등을 지연시키는 등 합의를 지키지 않은 쪽은 미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핵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북에 대한 압박과 전쟁의 빌미를 만들어 내기 위한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부시가 아무런 명분 없는 전쟁을 감행하려고 하는 것이 자국의 군수업체들을 먹여살리고, 경제 위기를 모면하며, 부패와 무능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부시의 전쟁획책 기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을 중심으로 한 세계 평화애호민중들이 부시 정권의 부도덕하고, 반인륜적인 전쟁 기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부시 정권의 대북 적대적 발언에 대한 김대중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전 국방부 관리조차 "북한과 미국 사이에 있어온 약간의 온기마저도 끝났으며 이제 북미관계는 더 냉각된 관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도 김대중 정부의 관리들은 "미국의 기존 입장의 반복"이라느니, "미국이 북한을 제2의 테러전쟁의 목표로 삼는 등의 사태는 결코 없을 것"이라느니 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도 클린턴 때와는 다른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인정하고, 하루 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북을 압박하기까지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정부가 할 일은 주관적 희망으로 부시의 호전성을 호도하려고 하거나 무분별하게 부시의 대북 적대정책을 추종하여 북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부시 정권의 무모한 한반도 전쟁 획책 기도를 막는데 앞장서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2002. 2. 1.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대표 : 단병호, 문규현, 천영세, 홍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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