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의사도 아직 본 적 없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일본 도카이무라 핵 임계사고 피폭자 오우치 히사시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들은 현대의학이 제공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이 냄새도 색깔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핵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오우치의 사망을 계기로 다시 일본 뒤덮고 있다. “피폭검사에서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정말 문제 없는 것인가. 아무래도 걱정된다. 이 불안에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9월 30일 피폭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오우치는 피를 만드는 골수의 조혈간세포 등의 파괴로 임파구가 완전히 사라지고 백혈구 등도 급감하면서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을 상실했다. 그때 그는 2주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중성자 등 방사선에 피폭당한 그의 몸세포는 유전자(DNA) 자체가 파괴돼 이미 재생불능상태였다. 그가 83일간이나 생명을 유지한 것은 거의 전적으로 첨단의술에 의한 생명연장 덕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현대의학의 한계이기도 했다.

무균실로 옮겨진 그는 피폭 1주일만에 피폭환자로서는 세계 처음으로 가족 혈액에서 채취한 간세포를 이식받았고 혈액성분은 일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7할 이상이 방사선 화상을 입은 피부는 재생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피폭 열흘이 지나자 호흡기능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인공호흡기를 댔으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피부로부터는 괴사한 세포들에서 나온 다량의 체액이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장기세포들도 파괴돼 목과 장 등에서 출혈이 계속되고 설사도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매일 10ℓ 이상의 혈액과 단백질 등이 포함된 수액을 투여해야 했다. 이 단계에서는 혈액세포 내의 염색체도 관찰되지 않았다. 유전자 파괴에 의한 세포재생 불능은 현대의학으로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지난달 27일에는 일시 심장이 정지했다. 의료진은 심장마사지, 인공투석 등으로 기능을 되살리긴 했으나 간, 신장, 심장 기능은 급격히 악화돼 사실상 모든 것을 포기했다. 오우치와 현장에 같이 있었으나 피폭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나머지 두사람중 한사람은 지금 중태고 한사람은 퇴원해 요양 중이지만 그들의 장래도 예측할 수 없다.

일본은 지금까지 원전 안전관리면에서 `세계최고’ `우등생’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도카이무라 사고가 난 뒤 플루토늄 재활용을 근간으로 하는 혼합핵연료(풀서멀)계획이 지연되고 각지에서 원전반대 움직임이 강해졌지만 당국은 사고원인을 특정업체와 기관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관리부실로 돌리면서 계속 `원전 안전신화’을 앞세워 기본계획 자체는 변함없이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사상 첫 원전관련 피폭자 사망의 충격파로 막연한 공포가 현실의 문제로 부각됨으로써 안전신화는 막을 내렸다. 원전계획 전반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미 원전 의존률이 35%에 달하는 전력 등 에너지 수급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도쿄/한승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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